병원에서 저의 주업무는 심리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심리평가의 대상일 경우 필수적으로 부모와 면담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어린 아이의 경우 자신의 불편한 점을 설명하기 위한 인지 능력이 아직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면담을 하면서 현재 아이에게 어떤 문제 행동이 관찰되고 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발달 과정을 거쳐왔는지 상세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둘째, 아이의 주요한 환경인 부모에 대한 탐색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환경입니다. 평소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또 훈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부모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그것은 자녀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합니다. 

이 때 부모는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정신 건강 상태는 양호한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아동 종합심리평가에는 부모의 성격 검사와 양육행동 검사가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면담과 검사를 거쳐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보고서 말미에는 거의 대부분 같은 제언으로 글을 마치게 됩니다.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부모는 그냥 되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부모가 되셨나요? 부모가 되기 위해 특별한 과정을 거치셨나요? 

우리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을 연습하고, 수능을 보기 위해 모의고사를 치르며,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인턴쉽을 거칩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주요한 역할 중 하나인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연습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부모가 돼 있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새내기 부모들은 실수가 잦고 그만큼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을 빈번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걸까'하고 말이죠. 

 

부모도 상담이 필요하다

부모도 상담이 필요합니다. 성인기에서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어떤 책임이 부여되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생경한 환경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부모교육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8명 이내의 소규모 집단으로 이뤄지며 부모가 되기 전의 예비 부모부터 청소년기 부모까지 자녀의 연령에 따라 양육에 필요한 정보와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합니다. 

프로그램마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가 먼저 간단한 교육을 하고 그 이후에는 부모들끼리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토론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나만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 당면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지지자를 얻음으로써 부모 역할에 대한 동기를 얻고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죠. 

강사가 제공하는 교육은 주로 아동의 발달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로 구성돼 있는데, 해당 시기에 신체, 심리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 이에 따라 부모는 어떤 방식으로 자녀와 소통해야 되는지 알게 됩니다. 

자녀가 현재 건강한 발달과정을 겪고 있는지, 자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은 어떤 것인지, 나아가 부모들, 즉 부부간에 협력하는 방식이나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안내합니다. 

부모교육은 소아정신건강의학과나 사설센터, 혹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국가기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약 10~16회기 정도의 단기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주 1회 한시간 정도 참여하게 됩니다. 

 

부모 상담

부모 상담은 아동 심리치료에 포함돼 있습니다. 아동 심리치료는 50분 정도 진행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 40분은 치료사와 아이가, 나머지 10분은 치료사와 부모가 상담을 합니다. 아이가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부모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치료 과정에 참고하고, 그에 더해 부모에게 전문적 지식과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안내해 차후에는 보다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부모 상담은 주로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매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다만 부모의 심리적 문제까지 다루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깊은 상담이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부모 심리치료

‘부모 심리치료’는 따로 없습니다. 대신 부모도 한 개인이기에 개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 역할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 혹은 개인적인 일들로 에너지가 소진돼 부모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하거나 한국심리학회 산하의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가 있는 사설센터에 방문해 적절한 치료적 개입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할 경우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병원에 소속돼 있는 전문가에게 연계돼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 심리치료는 주 1회 40분 정도로 진행되며, 치료를 진행하는 전문가마다 접근 방식과 치료 기간 등은 상이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부모-자녀, 부부간 갈등 등의 문제들은 표면적인 것들이며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이해를 하게 돼 건강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 받게 됩니다. 

 

부모도 그저 하나의 개인일 뿐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좌절하며, 또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는 것이 힘에 겨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글 = 선우현정.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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