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엄마가 수다스러워야 아이가 말도 잘하고 지능도 좋아진다는데 아이에게 하루 종일 말을 거는 게 너무 어려워요. 제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라며 고민을 하는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각종 육아서와 인터넷 매체 등에서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양육자가 끊임없이 아이에게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평소에도 필요한 말만 하는 엄마들은 뜻대로 잘되지 않아 괴로워하게 되고요.

그런데 엄마가 수다스럽지 않으면 정말 아이에게 언어 지연이 생길까요?

조금 덜 수다스럽더라도 걱정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주양육자가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 해주지 않아 유사 자폐증상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유사 자폐증상은 선천적으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없는 아이였는데 후천적으로 상호작용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해 자폐증상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엄마가 조용한 성격이라 아이에게 언어발달 지연이 나타났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죠.
 
물론 이론대로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내내 아이와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면 아이의 사회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요. 하지만 책으로 배우는 육아와 현실은 많이 다르게 마련이죠. 특히 베이비시터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육아를 하고 있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엄마들은 육아로 지쳐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그렇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아무런 상호작용 없이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육자가 자주 바뀌거나 한 명의 양육자가 여러 아이를 돌보는 보육원과 같은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반응성 애착장애'와 같은 자칫 자폐증상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기질적으로 애정 민감성이 높은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어발달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온종일 아이에게 유튜브나 TV만 틀어주고 정말 필요한 말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심각한 언어 지연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아이에 비해 어휘력이나 표현력은 다소 저하될 수 있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오히려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내려두시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내가 더 노력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해 보되 월등하게 말수가 많은 다른 엄마와 스스로를 비교하는 일은 이제 멈춰주세요. 모든 엄마가 전부 수다쟁이일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요.

또한 아이가 어릴 때는 양육자의 영향을 받아 언어발달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결국은 아이의 성향과 또래관계 유형에 따라 언어표현능력의 발달 수준은 달라집니다.
 

아이에게 수다스러워지는 것이 어려우면 나의 다른 '장점'을 뽐내보자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쉽고 즐거운 엄마가 있는가 하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의 어떤 장점을 육아할 때 활용하고 계시나요?
노력해도 잘 안되는 부분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찾아서 더 잘 활용해 보세요. 운동을 좋아하는 부모라면 아이와 여러 신체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손으로 만드는 것을 잘하신다면 아이와 다양한 만들기를 하며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고요.

아이들마다 갖고 있는 장점이 제각각이듯 부모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모든 엄마가 에너지 넘치는 성향에 늘 아이와 재잘재잘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의 뇌는 어떤 영역에 더욱 특화돼 있는지를 헤아려 보세요.
 

그럼에도 아이와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폐쇄형 질문보다는 개방형 질문을 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오래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무의식적으로 폐쇄형 질문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폐쇄형 질문이란 '예/아니오'와 같이 단답식으로 밖에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놀이공원 놀러 나오니까 기분이 좋지?"와 같이 물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네'와 '아니오' 둘 중 하나로만 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개방형 질문이란 상대방이 어떤 답변도 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뜻합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놀이공원 놀러 나오니까 기분이 어떤 것 같아?"와 같이 묻는 것이 개방형 질문이죠.

혹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폐쇄형 질문만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아이는 하나의 대화 주제로 오랫동안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연습의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을 많이 해주세요. 5~6세 이상의 아동이라면 “여기 오니까 재밌지?”보다는 “예전에 갔던 놀이공원이랑 여기는 어떻게 다른 것 같아?”와 같은 질문을 해서 아이가 상황을 비교해 자신의 감정을 추론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단, 평소 우유부단하고 지나치게 신중해 선택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폐쇄형 질문으로 답변하는 연습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화 연습에 더 적절합니다. 단답으로라도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익숙해지면 더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및 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