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아이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놀잇감이 많아지고,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도 쌓여갑니다. 게다가 아이의 놀잇감은 더 이상 아이 방에만 있지 않고 거실과 안방 등 집안의 곳곳을 점령하게 되지요. 언젠간 정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를 미룬 시간만큼 집은 더더욱 엉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지요. '싹 다 버리고 싶다'라고요. 

부모가 보기에 아이가 더 이상 갖고 놀지 않아 버려도 될 것 같아 보이는 놀잇감들. 정말 이대로 버려도 괜찮을까요?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먼저 동의를 구하는 것은 필수

어린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들을 듣게 됩니다. "어?! 이 장난감 우리 집에도 있던 건데! 근데 엄마가 버렸어요. 엄만 맨날 말도 안 하고 버려요." 혹은 "엄마가 제가 유치원에서 만들기 한 것들 다 버렸어요."와 같이 얘기하며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이죠. 엄마가 보기엔 더 이상 아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정리해도 무방해 보였던 장난감도 아이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봅니다. 

서른 살이 넘은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엄마는 저에게 어릴 때 갖고 놀던 바비인형들을 모두 친척 동생에게 물려주자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더 이상 인형놀이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갖고 놀았던 인형들을 보내주기에는 서운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싫다는 표현을 했으나 엄마는 집안 정리를 이유로 친척 동생에게 제 인형들을 몽땅 갖다 줬습니다.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렇게 보내버린 인형들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중에 한두 개라도 간직하고 있었다면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에 아주 좋은 물건들이 됐을 텐데 말이죠.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이 아끼는 물건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느낍니다. 설사 한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놀잇감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그 놀잇감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면 매우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대개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장난감이 사라지면 금세 알아차립니다. 따라서 아이의 놀잇감이나 유치원과 같은 외부 기관에서 만들어온 작품 등을 정리할 때에는 아이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이랍니다. 

“엄마가 보기엔 단꿈이(가명)가 더 이상 이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장난감은 정리해도 괜찮을까? 안 쓰는 놀잇감들이 방에 많이 쌓여서 새로운 친구들을 더 데려오기가 어렵거든. 단꿈이 생각은 어때?”와 같이 설명해 주세요.

 

정리를 통해 아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에게 단순히 정리를 제안하는 것 외에도 교환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단꿈이는 더 이상 안 갖고 노는 이 인형을 다른 친구에게 나눠주면 이 자리에 새로운 장난감을 살 수 있어. 더 이상 공간이 없어서 정리하지 않으면 새로운 인형을 사기는 어렵거든.”과 같이 정리를 통해 아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죠. 

만일 아이가 이를 거절한다면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의 눈에 더 이상 불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아이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아이의 물건들을 버리는 행위가 반복되면 아이는 물건에 집착하게 되고, 부모에 대한 불신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작품들은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보관해둘 수 있다

어쩌면 장난감보다 더 버리기 어려운 것이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작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있는 물건이라는 생각 때문이겠죠. 그런데 언제까지고 모든 작품들을 보관하고 있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두고 실제 작품은 정리하는 방법 등을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단꿈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그림이랑 작품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해둘까? 그러면 단꿈이가 다시 보고 싶을 땐 언제든지 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어. 그리고 꼭 보관하고 싶은 것들만 남겨두는 거지. 단꿈이가 한 살씩 형아가 될 때마다 만들기 작품들이 늘어날 텐데, 모든 것들을 집에 전부 두는 것은 어렵거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진들을 인화해 따로 앨범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만들기 작품들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발달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죠.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라면 중고거래를 함께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라면 중고거래를 통해 경제교육의 효과를 함께 기대해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더 이상 쓰지 않는 장난감들을 부모와 함께 중고마켓 등에 판매하고 판매한 수익은 아이에게 용돈으로 주는 것이죠. 그리고 판매 수익금을 모아 새로운 장난감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자신에게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물건이 타인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다는 개념을 배울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직접 모은 돈이기 때문에 더욱 아껴 쓰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때, 아이 혼자 중고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여러 위험이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보호하에서만 중고거래를 허용해야 합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및 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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