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신나게 게임을 하다가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다. 마우스를 쥔 손이 키보드와 부딪힌 것이다. FPS 게임을 하는 도중 총기 조준을 위해 세심하게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갑자기 턱 하고 부딪히는 느낌은 흔히 겪는 일이면서도 제법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잠시 멈칫거리는 것만으로도 패배할 수 있는 게임 승부에서 그런 일은 가능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데 물론 해결책은 있다. 바로 ‘텐키리스(Tenkeyless)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 키보드보다 가로 길이가 20% 정도 짧기 때문에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확보된다.

당연히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부드러운 타이핑이 가능하고 단축키나 매크로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데 마침 그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MOUNTAIN EVEREST CORE’(이하 마운틴 에베레스트 코어)이다.

에베레스트 코어는 독일의 PC 주변 기기 제조사 마운틴이 개발한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이다. 일반 키보드에서 숫자패드(넘버패드) 부분을 제외하여 길이가 짧은 텐키리스 구조가 특징이다. 크기는 366 x 154 x 41mm(가로 x 세로 x 높이)이며 키 개수는 87개이다.

키보드 옆에서 직접 마우스를 움직여 보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에베레스트 코어 사용 시 일반 키보드보다 90 x 150mm(가로 x 세로) 정도에 달하는 면적을 마우스 사용 공간으로 더 할애할 수 있기 때문에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처럼 마우스를 격하게 움직이는 게임도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에베레스트 코어는 타이핑 시 사용자의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스텝 스컬쳐 2’(Step Sculpture 2)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손목에 가까운 열에 있는 키들은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고 손목과 거리가 먼 열에 있는 키들은 높이가 높다. 그리고 각 키 캡의 높이를 고려해 각도 조정도 되어 있다.

키 캡은 키보드 상판과 딱 붙어있지 않고 거리가 떨어져 있는 비키 스타일이다. 따라서 작은 솔을 이용해 키 캡 틈새에 붙은 먼지를 청소하는 것이 용이하다.

제품 하단부에는 가장자리 네 곳에 키보드가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고무 재질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곳곳에 있는 홈은 에베레스트 코어를 PC와 연결하는 USB 케이블을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키보드 기울기를 낮추거나 높이고 싶은 경우에는 기본 구성품인 키보드 높이 조절 받침대인 ‘라이저 피트’를 이용하면 된다. 자석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므로 간단하게 부착하거나 분리 가능하다.

에베레스트 코어를 PC와 연결할 때는 하단부 중앙에 있는 USB 타입C(Type-C) 포트에 기본 제공되는 USB 케이블을 꽂으면 된다.

측면 위쪽에도 USB 타입C 포트가 2개 있는데 두 포트에는 USB 케이블을 꽂아도 PC와 연결할 수 없다. 에베레스트 코어 확장판 제품인 ‘에베레스트 맥스’의 주변 기기 ‘미디어 독’(Media dock)을 연결하기 위한 전용 USB 타입C 포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에베레스트 코어는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도 USB 타입C 포트가 있는데 이는 전용 숫자패드를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에베레스트 맥스에는 탈착 가능한 숫자패드도 제공되는데 그로 인해 기본 구조가 같은 에베레스트 코어에도 똑같이 USB 타입C 포트가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맥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은 제품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에베레스트 맥스에는 대중적인 기계식 키보드 키 스위치인 ‘체리(Cherry) MX’ 시리즈가 적용되었다. 키 스위치는 청축(클릭), 갈축(택타일), 적축(리니어), 저소음 적축(리니어), 스피드 은축(리니어) 등 다섯 가지이며, 국내에는 스피드 은축을 제외한 네 가지 모델이 이엠텍아이엔씨를 통해 출시되어 있다.

청축 스위치는 누를 때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반발력이 강해서 타이핑 시 청각이나 촉감으로 강한 반응이 느껴지며, 적축 스위치는 청축보다 소리가 작게 나고 키 반발력이 약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타이핑을 할 수 있다. 갈축 스위치는 키 반발력이 적축보다 높고 소음은 청축보다 적다.

저소음 적축은 키보드 내부에서 스위치가 닿는 부분에 댐퍼(damper, 진동 약화 장치)를 부착해 소음을 더 줄였고, 스피드 은축은 살짝만 눌러도 키를 누른 것으로 인식해 빠른 타이핑이 가능하다.

기본 제공되는 키 캡 · 스위치 리무버(분리용 도구)를 이용하면 에베레스트 코어의 키 캡을 분리할 수 있다. 이번에 살펴보는 제품에는 체리 MX 적축 스위치가 적용되었다.

또한 스페이스 바, 엔터 키처럼 면적이 넓은 키에는 키 캡 끝부분을 눌러도 제대로 눌리도록 좌우 균형을 맞추는 체리식 스태빌라이저(Stabilizer)가 장착되었다. 스태빌라이저는 내구성을 높이고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크라이톡스(Krytox) GPL 205 Grade 0’ 윤활제가 내부에 도포되어 있다.

에베레스트 코어에는 기본 구성품으로 다섯 가지 키 스위치가 제공된다. 앞서 설명한 키 스위치 다섯 종류가 하나씩 제공되는 것인데 자주 사용하는 키에 장착하고 눌러보면 각각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 있다.

다른 구성품으로는 키 캡 · 스위치 리무버, 여분의 ESC 키 캡, 라이저 피트 4개, USB-C 케이블, 제품 설명서가 있다.

에베레스트 코어는 부가 기능도 다양하게 제공되는데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베이스 캠프가 필요하다. 베이스 캠프는 마운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베이스 캠프를 실행하면 현재 PC에 연결된 에베레스트 코어를 인식하고 화면에 표시하는데 ‘사용자 지정’ 아이콘을 클릭하면 세부 항목을 설정 가능하다.

첫 번째 항목인 ‘프로필’에서는 사용자 프로필을 추가할 수 있다. 최대 다섯 개까지 추가할 수 있고 프로필마다 서로 다른 설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임 장르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키가 다르므로 1번 프로필은 FPS 게임용, 2번 프로필은 MMORPG용, 3번 프로필은 대전 격투 게임용 식으로 설정한다면 편리하다.

‘라이팅’ 항목에서는 키보드에 내장된 RGB LED 조명 작동 상태를 관리할 수 있다. 원하는 모드를 선택하면 색상, 밝기, 속도, 방향 등 세부 설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조명을 끄는 것도 가능하며 사용자 지정 모드에서는 원하는 키만 선택해서 색상과 밝기를 설정할 수 있다.

‘키 바인딩’ 항목에서는 사용자가 선택한 키에 웹 브라우저를 비롯한 응용 프로그램 실행, OS(운영 체제) 명령, 매크로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키 바인딩을 설정한 키는 본래 기능은 비활성화되고 사용자가 설정한 기능으로만 작동한다.

‘매크로’ 항목에서는 복잡한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입력을 키 하나로 해결하는 매크로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 시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키를 입력해야 하거나 같은 명령을 여러 번 반복할 때 도움이 된다.

대전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V’를 실행하여 매크로 기능을 사용해보았다. 본래 두 손으로 빠르게 복잡한 키 입력을 해야만 발동하는 캐릭터의 기술이 키 하나만 눌러도 발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설정’ 항목에서는 키보드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게임 시 방해가 될 수 있는 일부 키를 잠금 상태로 비활성화시킬 수 있다. 공장 출하 시 기본값으로 재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사용자가 바꾼 모든 설정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간단하다.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코어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숫자패드가 제외된 만큼 마우스 사용 공간이 넓어져서 보다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체리 MX 시리즈 키 스위치가 적용되고 부가 기능도 다수 제공되어 기본적인 키보드 성능도 우수하다.

쓸 만한 텐키리스 게이밍 키보드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에베레스트 코어를 꼭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