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저승사자는 이승의 기억을 망각할 수 있는 차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말처럼 어떤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사람 기준으로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그런 수치스러운 기억도 시간이 흘러가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천천히 잊혀지니까.

하지만 망각으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그럼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람이 아닐 경우에는 더. 예를 들어 사진을 찍는 이유는 상실에 대한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그 순간의 진실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기억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진이 훼손된다면? 기억과 연관시킬 수 없는 사진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데이터도 이와 같다. ‘잊혀질 권리’와 연관되지 않았다면, 데이터가 훼손됐을 때의 순기능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 데이터 보존이 참 중요하다.

 

장기 데이터 보존에는 SSD와 HDD 중 어떤 것이 좋을까

석가모니의 열반에 대해 기록한 대반열반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태어났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인 법이거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석가모니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또한 이와 같다. 노력 없이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물론 장기 저장 시 안정성이 더 뛰어난 매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장 매체에는 수명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SSD, HDD가 보급된 현재 시점에서도 자기 테이프 저장매체가 아직도 사용되는 이유가 이와 같다. 일반 사용자 시점에서는 그저 비싸고 복잡하고 속도가 느린 저장장치일 뿐이지만, 데이터 백업 및 보존에서는 저장매체 중 특히 수명이 긴 편이기 때문이다.

▲ 후지필름의 테이프 저장매체 LTO Ultrium 9. 네이티브 18TB, 압축 45TB 용량을 갖췄다. 대용량 데이터의 장기 보관에 적합하다.
▲ 후지필름의 테이프 저장매체 LTO Ultrium 9. 네이티브 18TB, 압축 45TB 용량을 갖췄다. 대용량 데이터의 장기 보관에 적합하다.

 

다시 HDD와 SSD로 돌아와 보자. HDD와 SSD 중 어떤 저장장치가 더 빠를까? 간단하다. SSD다. 그럼 둘 중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저장매체는 어떤 것일까? 이것도 간단하다. HDD다. 하이엔드 PCIe 4.0 1TB SSD를 살 비용에 조금 더 보태 일반 사용자용 8TB HDD를 구입할 수 있다.

마지막이다. 장기 데이터 보존에는 HDD, SSD 중 어떤 저장장치가 더 좋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여기 대한민국의 한 커플이 창고에 타임캡슐을 보관하려 한다. 커플은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저장장치를 타임캡슐에 담았다. 당신이라면 이 커플에게 둘 중 어느 저장장치를 추천하겠는가? 기자는 HDD를 고를 것 같다.

 

SSD는 전원을 공급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다

윈도우 구버전을 설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주 오래전 만들어 둔 윈도우 설치 USB가 떠올랐다. 잘 썼던 USB다. 그런데 설치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설치에 실패했다고 뜬다. 예전에는 분명히 잘 됐는데, 왜 실패했지?

이런 실패 사례는 플래시 메모리의 특성에 기인한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남는다. 단, 그게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를 작은 전하로 저장한다. 그 전하가 전력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서서히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전하가 빠져나간 셀은 데이터가 1에서 0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데이터가 유실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방치된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가 손상될 수 있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전력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SSD도 마찬가지다. SSD에도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원을 끄면 당연히 데이터가 남는다. 상시 전력이 공급되는 상태에서는 SSD가 참 좋은 저장장치다. 하지만 전원이 꺼진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SSD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15년 발표된 JEDEC SSD 사양 설명 프레젠테이션에 해당 자료가 담겼다.

▲ 클라이언트 SSD와 엔터프라이즈 SSD의 내구성은 차이가 있다(사진: JEDEC 홈페이지)
▲ 클라이언트 SSD와 엔터프라이즈 SSD의 내구성은 차이가 있다(사진: JEDEC 홈페이지)

 

약 40도로 하루 8시간 사용된 소비자용 SSD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SSD가 전원이 꺼진 후 25도의 환경에서 보관되면 105주(약 2년)동안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0도 환경에서 보관된다면 어떨까? 데이터 보존 기간은 52주(약 1년)로 예상된다. 반으로 줄었다. 참고로 55도 환경에서 보관된다면 데이터 보존 기간은 대략 2주로 예상된다.

▲ 클라이언트 SSD는 약 40도 환경에서 사용하다 전원을 끄고 30도 환경에서 보관될 때를 기준으로 약 52주 동안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물론 SSD에 따라 차이는 있다(사진: JEDEC 홈페이지)
▲ 클라이언트 SSD는 약 40도 환경에서 사용하다 전원을 끄고 30도 환경에서 보관될 때를 기준으로 약 52주 동안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물론 SSD에 따라 차이는 있다(사진: JEDEC 홈페이지)

 

즉 데이터 보존 용도로 SSD를 고려한다면 온도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SSD의 쓰기 수명도 고려해야 한다. 플로팅 게이트에서 전하를 유지할 수 없어 데이터 보존 상태가 나빠지고 결국 고장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데이터를 보존할 목적으로 SSD를 사용한다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하나 더 있다. 데이터가 보관된 SSD가 고장났을 경우다. 펌웨어가 손상됐다면 이것저것 해 볼 수는 있겠지만, 낸드 플래시가 손상됐을 경우 데이터 복구가 안 된다.

 

HDD는 데이터를 살릴 기회가 주어진다

데이터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HDD가 확실히 SSD보다 낫다. 이유는 간단하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전원을 인가하지 않을 때는 자기 드라이브인 HDD가 플래시 메모리 드라이브인 SSD보다 데이터 장기 저장에 더 안정적이다. 두 번째로는 HDD는 고장이 나더라도 데이터 복구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이 SSD보다 훨씬 높다.

장기 보관 후 PC에 해당 저장장치를 연결할 때도 대처법이 다르다. 만약 SSD의 데이터가 훼손됐다면, 인식이 안 되거나 내부의 데이터가 변형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때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HDD는 고장 증상을 알아챌 수 있는 힌트를 많이 준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거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내부에서 쇠 긁는 소리가 난다거나. 그런 증상이 보이면 빠르게 대비를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하드디스크의 전원을 빠르게 차단하고 복구 업체로 보내면 데이터를 살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 (사진: 데이터큐브)
▲ (사진: 데이터큐브)

 

하드디스크를 고르는 기준

그럼 데이터 보존 용도로 어떤 하드디스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선택 기준은 간단하게 두 가지 정도라 볼 수 있다.

1. 자주 휴대하는가?

2.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일반 소비자 기준으로 데이터 보관에 특화된 저장매체는 외장하드다. 작은 크기에 대용량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씨게이트 Ultra Touch HDD(씨게이트 울트라 터치)와 같은 제품은 2TB, 4TB, 5TB로 나뉘는데, 5TB 제품군의 무게가 최대 267g 정도다. 휴대가 그리 어렵지 않다.

▲ 씨게이트 울트라 터치는 외장하드임에도 5TB 용량까지 사용할 수 있다.
▲ 씨게이트 울트라 터치는 외장하드임에도 5TB 용량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어 휴대를 자주 하지 않는다면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2023년 5월 26일 기준으로 8TB 하드디스크는 대략 17만 원 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이어 초대용량 하드디스크가 필요할 경우 최근 22TB가 출시된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프로와 같은 NAS HDD도 좋은 선택지다.

▲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프로.
▲ 씨게이트 아이언울프 프로.

 

두 번째로 데이터 복구 서비스 제공 여부를 확인하면 좋다. 이는 보험에 가입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 복구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다 데이터를 유실하면 복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심지어는 비용 때문에 복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데이터 복구 서비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면 별다른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긴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무료로 복구할 수 있다면 데이터 보존 용도로는 아주 좋은 옵션이다.

 

씨게이트 ‘레스큐 복구 서비스’가 이와 같다. 예를 들어 외장하드로 데이터를 보존하다 데이터가 유실될 경우 레스큐 데이터 복구 서비스로 문제가 생긴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 제품 구매 후 3년간 무상으로 해당 서비스가 지원된다. 데이터 복구 성공률은 평균 90% 이상이다. 복구 서비스 요청 시 용량이 동일한 울트라 터치가 지급되며, 복구 완료된 데이터는 용량에 따라 외장하드, USB 메모리,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으로 전달된다.

 

HDD의 수요는 꾸준할 것

이제 HDD는 단일 드라이브로 무려 22TB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SSD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SSD가 HDD를 대체한다고 볼 수 없게 됐다. 현 시점에서는 공생 관계라 보는 게 더 적합하다. OS 구동 및 프로그램 실행은 SSD, 데이터 보존은 HDD가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장매체의 발전 속도보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크기가 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HDD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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