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PC에 중요한 데이터를 보관한다. 스마트폰에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쉽게 파손되거나 분실할 수 있어서 진짜 중요한 데이터라면 PC에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PC라고 반드시 안전하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PC용 스토리지(저장장치)인 HDD와 SSD도 오래 사용하거나 외부 충격을 받는다면 갑자기 먹통이 될 수 있다. 만약 고장난 스토리지에 10년 넘게 모은 가족 사진이나 거래처 계약서라도 담겨있다면··· 상상만 해도 재앙이다.

그런 끔찍한 사태를 최대한 막고 싶다면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대개 다른 곳에 백업하는 방법을 떠올릴 텐데 조금 더 기본적인 것에 주목해보자. 이를 테면 HDD 말이다.

PC 사용자라면 당연히 비용과 안정성을 생각해서 HDD에 데이터를 보관하지만 HDD도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PC용 HDD 외에 상시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각종 안전기술을 집약한 NAS·서버·데이터센터용 HDD도 있다.

그 중에서 NAS용 HDD는 4TB 모델 기준으로 PC용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3만 원 가량 차이 난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도 조금만 더 돈을 지불하면 구매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HDD

특별한 문제없이 작동하던 HDD가 갑자기 먹통이 되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우선 HDD에 데이터가 기록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HDD는 내부에 장착된 플래터(platter)라는 원판에 데이터를 기록한다. 플래터 중앙에 있는 모터인 스핀들(spindle)로 플래터를 회전시키고 기계 팔인 암(arm)을 이용해 뾰족한 바늘 같은 헤드(head)를 플래터 위에서 특정한 위치로 옮겨서 데이터를 읽고 기록한다.

마치 턴테이블에서 LP 음반을 재생하는 것과 유사한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HDD의 헤드는 플래터에 직접 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헤드 끝 부분에서 생성되는 자기장으로 플래터 표면에 코팅된 자기 물질과 접촉하여 데이터 읽기·쓰기 작업을 한다.
 

위 사진처럼 플래터에 흠집이 나거나 먼지가 묻으면 데이터는 손상된다
▲위 사진처럼 플래터에 흠집이 나거나 먼지가 묻으면 데이터는···

만약 플래터에 헤드가 닿는 경우 플래터 표면에는 흠집이 생기는데 그로 인해 자기장으로 기록한 데이터는 손상되고 만다.

당연히 제대로 작동하는 HDD는 플래터와 헤드가 접촉 사고를 일으킬 일이 없지만 플래터와 헤드 사이 간격은 고작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 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HDD가 작동할 때 PC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HDD를 옮길 때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헤드가 플래터를 긁어버리는 사태는 쉽게 발생한다.
 

평소대로 PC를 켰는데 HDD 파티션이 날아가서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대로 PC를 켰는데 파티션이 날아가서 HDD가 먹통이 되기도 한다

물리적인 충격을 받지 않더라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터로 움직이는 기계식 장치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몇 년 이상 HDD를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내부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부품이 생길 수 있고, 데이터 읽기·쓰기 작업 중 갑자기 정전되는 경우 다시 작동할 때 드라이브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PC용 HDD 약점을 보강한 NAS용 HDD

위에서 언급한 HDD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류 스토리지보다 적은 비용으로 거대한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HDD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계속 HDD의 안전성을 보완할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하였고 실제로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NAS용 HDD는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이다.

플래터와 헤드를 안전하게 조정하는 RV 센서(사진: 씨게이트)
▲플래터와 헤드를 안전하게 조정하는 RV 센서(사진: 씨게이트)

첫 번째는 RV (Rotational Vibration, 회전 진동) 센서이다. RV 센서는 HDD가 작동할 때 생기는 진동을 감지해서 헤드 위치를 적정하게 맞추고 플래터 회전 속도를 조절해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진동과 플래터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한 다음 자동으로 대응하므로 HDD 수명 향상에 큰 기여를 한다.

PC 환경은 NAS나 서버 환경과 비교하면 HDD가 여유롭게 작동하는 편이지만 사용자가 실수로 자잘한 충격을 주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는데, 그럴 때 RV 센서가 있다면 플래터가 손상될 가능성을 크게 낮춰줄 수 있다.

▲공기 대신 헬륨을 충전하면 HDD 발열과 진동을 줄이고 용량을 늘리기 쉽다(사진: Helium Scarcity)
▲공기 대신 헬륨을 충전하면 HDD 발열과 진동을 줄이고 용량을 늘리기 쉽다
(사진: Helium Scarcity)

그 다음으로는 NAS용 HDD는 용량 8TB 이상인 헬륨 충전식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헬륨 이야기가 나와서 의아할 텐데 헬륨을 HDD 내부에 충전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긴다. 플래터는 고속 회전하기 때문에 HDD 내부에 있는 공기와 마찰하면서 발열이 늘어나거나 허용치보다 높은 진동을 낼 수 있는데, 그러면 헤드와 부딪히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헬륨은 공기와 비교하면 밀도가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므로 플래터가 고속 회전하는 경우에도 공기 만큼 마찰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훨씬 안전하다. 그리고 발열과 진동도 적어서 일반 HDD보다 플래터를 더 많이 내장하여 데이터 저장 용량을 증대 시키기에도 용이하다. 다만 헬륨은 희귀 원소이다 보니 NAS·기업용 HDD 중에서 대용량 제품에만 헬륨 충전이 적용되고 있다.

아직 대다수 PC 사용자들은 HDD 용량이 2TB 정도만 되어도 큰 불편함 없이 쓰지만 업무나 취미 때문에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 파일을 개인 스토리지에 저장하는 사람이라면 턱없이 모자란 용량이다.

당연히 헬륨 충전식 대용량 HDD가 필요해지는데 NAS용 HDD는 RV 센서도 적용되므로 넉넉한 용량과 안정성 모두 중요한 PC 사용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NAS용 HDD는 상시 연속 작동을 보장한다. 즉 24시간 연속으로 작동시켜도 제품에 쉽사리 무리가 가지 않는다. PC용 HDD보다 진동과 발열, 소비전력이 적고 제조사가 설계 단계에서 상시 연속 작동에 맞는 전원 관리 기술을 적용해서 그렇다.

씨게이트 제품 기준으로 NAS용 HDD인 ‘아이언울프’(IronWolf)는 연간 가동 시간이 8,760시간인데 1년은 365일이므로 하루에 24시간씩 연속으로 사용 가능한 셈이다. PC용 HDD인 ‘바라쿠다’(BarraCuda)는 2,400시간(일일 약 6시간 30분)에 불과하다.

물론 PC 사용자가 HDD를 24시간 연속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만큼 NAS용 HDD 쪽 내구성이 높다는 의미이므로 중요한 데이터를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경우 PC용 HDD보다 신뢰할 수 있다.

게다가 NAS용 HDD는 제품 보증 기간도 PC용 제품보다 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 제공되므로 2년까지 제공되는 PC용 HDD보다 오랫동안 안심하고 사용 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그러나 안도감은 커진다

(사진: 씨게이트 유튜브 채널)
▲(사진: 씨게이트 유튜브 채널)

지금까지 NAS용 HDD를 PC 환경에서 사용하는 경우 어떤 이점이 있는 지 살펴보았다. 기본 구조는 양쪽 모두 동일하지만 NAS용 HDD는 진동과 발열을 줄이고 RV 센서 같은 안전장치를 추가해서 수명과 안전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PC용 제품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일반 소비자는 거부감을 가지기 쉬운데 NAS용 HDD도 SATA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PC에 연결하면 바로 인식하므로 굳이 어렵게 느낄 필요는 없다.

물론 아무리 최신 기술을 집약한 NAS용 HDD라고 해도 언젠가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므로 백업은 주기적으로 해야만 한다. HDD는 새로 살 수 있지만 데이터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틈틈이 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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