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민혜(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아이가 지난주에도 우산을 잃어버렸어요 선생님. 벌써 올해만 몇 개째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주에도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저희 아이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대요.”

“아이가 학습지 몇 장 푸는 데 몇 시간씩 걸려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걱정하는 부모님들 계시죠? 아이의 ADHD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여러 문제를 경험하고 계시는 부모님들께서 자주 토로하시는 고민들을 위와 같이 모아봤습니다.

위의 상황들 외에도 '며칠 전에 주문했던 장난감이 대체 언제 도착하냐며 하루에만 벌써 수십 번째 묻는 경우', '오늘 유치원에서 뭘 했는지 물어도 “몰라, 기억 안 나~”라고만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 등은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았거나 경향성을 나타내는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 같은 증상들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 때문에 고민인 부모님께 다음과 같은 양육 기술을 제안합니다.

본 칼럼은 소아정신과나 심리상담센터에서 종합심리평가 혹은 ADHD 검사 등을 받으신 후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았거나 ADHD 경향성이 강하다는 소견을 들은 자녀들을 둔 부모님께 추천드리는 양육 조언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ADHD 자가진단 해보기'와 같은 질문 목록만으로 아이의 ADHD 경향성을 평가하기란 많은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과 유치원 · 학교에서 아동의 과잉행동이나 주의력 결핍 문제로 인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까운 병원이나 센터에 내방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이와 함께 장기 목표가 아닌 단기 목표를 세워보세요

ADHD 증상을 보이는 아동은 기질적으로 주의력과 인내력이 다소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인내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스티커 30개 모으면 선물 받기'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는 너무 큰 과제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쉽게 중도 포기를 하게 되죠.

장기적인 과제나 목표보다는 '10개 모으면 작은 보상 1개, 30개 모으면 더 큰 보상 1개'와 같은 식으로 우선적으로 단기적인 목표를 성취했을 때 보상을 주고 추가적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때 더 큰 보상을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물론 성취에 따른 보상은 사전에 아이와 함께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답니다. 아이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효과적인 강화물이 좋겠죠?!

 

놀이방에 너무 많은 장난감을 두지 말 것

ADHD 아동 양육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난감의 종류를 제한하고, 정돈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자극 추구 성향이 강한 ADHD 아동에게 다양한 놀잇감을 통한 너무 다양한 자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동일한 놀잇감으로 여러 방식으로 놀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이의 놀이성 발달에 더 도움이 됩니다.

아이에게 시시때때로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고 놀이방에 너무 많은 장난감을 진열해 두면 아이가 한 가지 놀잇감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수시로 부모나 주변 어른들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는 아이는 새로운 자극에 무뎌지며, 오히려 더 쉽게 싫증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ADHD 경향성을 띤 아이에게는 정돈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환경은 아이의 주의력을 더욱 분산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만약 놀이방에 아이가 오랫동안 갖고 놀지 않는 놀잇감이 있다면 과감하게 치워주세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ADHD에 대해 교육해 주세요

아이가 본인의 ADHD 증상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면 자존감이 더욱 저하될까 염려돼 아이에게 ADHD에 대해 숨기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의 ADHD에 대해 알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봤을 때 아이에게도 ADHD에 대해 아이가 이해 가능한 언어로 구체적으로 교육해 주는 편이 아이의 자존감 발달과 일상생활 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답니다.

실례로 몇 년 전 상담을 진행했던 성인 내담자 중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게 태어났던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부모는 아이가 자신감을 잃게 될까 봐 아이의 심장병 사실을 숨겼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달리기를 못 하는 자신을 늘 미워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자신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느낌과 동시에 그 사실을 더 일찍 알려주지 않은 부모님을 오랜 기간 원망했다고 합니다.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ADHD 장애에 대한 구체적 교육과 함께 이렇게 다정하게 얘기해 주세요.

“집중이 어렵고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을 자꾸 잊어버리는 건 네 탓이 아니야. 다른 친구들에 비해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조금 약하게 태어난 거야. 그래서 학교도 잘 다니고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려면 엄마와 같이 여러 노력이 필요해.”

 

값비싼 휴대폰, 옷, 문구류는 웬만해서는 사주지 마세요

평소 물건을 지나치게 잘 잃어버리는 아이라면 고가의 물건, 의류 등을 사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ADHD 인지 행동 놀이치료를 진행했던 아이의 어머님이 떠오릅니다. 늘 학교에서 지적받고 혼만 나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아이에게 항상 고가 브랜드 의류를 사주시고 아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릴 때마다 늘 더 비싼 걸로 사주시던 분입니다. 저와 그 아이가 1년간 놀이치료를 진행하면서 아이가 분실한 3개가 넘으며, 비싼 브랜드의 패딩도 몇 번이나 잃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값비싼 물건을 분실할 때마다 어머님은 아이를 더 다그치게 되고, 그로 인해 모자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아이 역시 스트레스가 증가해 또 다른 문제 행동을 낳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ADHD 아동은 자신과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능력이 다소 결여돼 있어 늘 갖고 다니던 물건을 분실하고도 자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잃어버려도 크게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물건을 사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는 구체적으로 질문해 주세요

ADHD 경향성을 띤 아동에게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라고 물으면 보통 “몰라요.” 혹은 “기억 안 나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이미 시선은 엄마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 아이랑 대화다운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이는 지금 엄마와의 대화가 싫어서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ADHD 아동은 단기기억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말로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너무 넓은 범주의 질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쪼개서 질문하기' 방법을 추천합니다. “오늘 학교 생활 어땠어?”보다는 “오늘 중간 놀이 시간에 뭐하고 놀았어?” 혹은 “점심 시간에 가장 맛있었던 반찬이 뭐야?” 정도로 범위를 좁힌 질문이 아이와 핑퐁식 대화를 이끌어가는 데 효과적입니다. 아이에게도 이렇게 잘게 쪼개어 질문을 하며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기술을 훈련시켜 주세요.

 

글=강민혜

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의과대학 아동심리치료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마음소리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심리평가 등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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