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지효(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는 미국 프리스쿨 교사)

“코로나만 아니면, __________ 했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빈칸이 아픔과 상처가 됐고,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걱정이 됐습니다. 대다수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은 아쉬움으로 코로나 1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코로나만 아니면, 학교·학원·놀이공원을 갈 수 있는데” 아이들의 투정 섞인 말에서 그 아쉬움이 역력히 느껴지니 말입니다.  

저희 집 아이들을 봐도 ‘얼마나 답답할까’ 점점 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상상력을 무한정 발휘하며 자유롭게 노래와 춤을 추기에는 집이라는 공간은 너무 협소하고,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지난 1년간 너무 많이 지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칼럼은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이라도 달래고자 미국 유치원/초등학교에서 주로 하는 재미난 행사에 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로 하지 못하는 미국 유치원/초등학교 행사 엿보기 시리즈’ 1탄입니다. 

 

새 학년이 된 지 100번째 되는 날

100 days of school

개학하고 100일째 되는 날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학기 중에 공휴일, snow day (스노우 데이, 폭설로 학교가 쉬는 경우)와 약 2주간의 겨울 방학을 제외하고 나면 보통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100일을 기념하게 됩니다.  

“100 Days Smarter! (100일 더 똑똑해졌어요!) ” “I Survived 100 Days of School (100일 동안 잘 버텼다!) ” 등등 위트가 있는  포토 부스를 설치하기도 하고, 100세 된 노인의 복장과 액세서리로 변장/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100가지의 작은 물건 (마시멜로, 물 뚜껑, 쌀, 구슬, 레고 등)을 모아서 가져오는 숙제도 일주일 전쯤 알려줍니다. 당일에 본인이 가져온 물건들로 100개의 칸을 채우고 수를 세는 연습을 하는 등 수학 수업용으로 활용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포토 부스(이미지 = partycity.com) 
▲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포토 부스(이미지 = partycity.com) 
▲100일째 되는 날 티셔츠를 개성 있게 꾸민 아이들(이미지 = kidsactivities.com) 
▲100일째 되는 날 티셔츠를 개성 있게 꾸민 아이들(이미지 = kidsactivities.com) 

스쿨 스피릿 데이! 대동단결 일주일!

School Spirit Day or Week

학교가 자체적으로 날을 정하지만 대개 학기 혹은 분기마다 일주일씩 전교생과 선생님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만족도를 높이고, 모두를 대동단결시킨다는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비공식적인 학교 행사로 보시면 됩니다.  

School Spirit, 즉 학교의 전통과 정신을 잇는다는 취지로 학교를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거나 학교 마크 속 동물이나 물체와 관련된 복장을 하는 날이 스쿨 스피릿 데이입니다.  

보통 일주일의 마지막 날을 스쿨 스피릿 데이로 장식하는데, 나머지 4일은 대체로 파자마 데이(Pajama Day , 실제로 입고 잔 잠옷 그대로 입고 오는 날),  미스매치(Mismatch Day , 옷을 앞과 뒤를, 안과 밖을 바꿔서 입거나 어울리지 않는 과감한 색감과 패턴의 옷을 입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돼 보는 날), 그래티튜드 데이(Gratitude Day,  감사를 표현하는 날), 크래이지 헤어 오어 햇 데이 (Crazy Hair or Hat Day , 머리를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하고 오는 날) 등 학생들 모두가 부담 없이 참여해서 서로 웃고 추억을 남기는 그런 소박한 이벤트들을 포함시켜 놓습니다.  

▲ 워싱턴 주 어느 초등학교의 2020년 가을 스피릿 주간 포스터(이미지 =steward elementary school)
▲ 워싱턴 주 어느 초등학교의 2020년 가을 스피릿 주간 포스터(이미지 =steward elementary school)

친구의 생일과 하프 생일을 축하하는 날

Happy Birthday + Happy 1/2 Birthday

학급 친구들의 생일도 간단하게 축하합니다. 생일자 학생의 책상과 사물함을 꾸미기도 하고, 왕관을 씌워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작은 선물을 증정하는 등 각 학급의 담임선생님이 정해놓은 일관된 방식에 따라서 진행됩니다.  

생일자 학생이 해당일에 선생님 역할이 되는 ‘Teacher of the Day’가 되기도 하고,  숙제를 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 주는 ‘Homework Pass’ 기회도 주어집니다. ‘All  About Me: 나로 말할 것 같으면!’으로 친구들에게 자신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시간도 갖고, 친구들의 아낌없는 칭찬 ‘“You are special, because _____.(너는 _____하기 때문에 특별해)”’을 받는 등 다양한 축하와 특권을 받는 날이지요.  
생일자 학생이 컵케이크나 간식을 갖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집에서 만든 음식은 금지됩니다. 마트나 베이커리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견과류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만 허용하는 등 학교가 정해놓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Happy Birthday + Happy 1/2 Birthday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하게 기억될 생일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여름 방학 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런 축하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스레 제가 더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희 큰 딸 생일이 7월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Half Birthday라는 것이 있더군요. 미국의 초등학교는 9월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미국은 2주간의 짧은 겨울 방학을 보내고 1월부터 5월  말까지 2학기가 이어지는 학사 일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 방학 중에 태어난 친구들은 아무래도 학교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기도 조금 애매하고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친구들을 위해서 Half Birthday를 만들어서 축하해 주기도 합니다. Half Birthday는 지난 생일과 다가올 생일의 중간 날짜인데 보통 태어난 달에서 6개월을 뺀 날짜로 합니다. 7월 28일에 태어난 저희 첫째는 7월에서 6개월을 뺀 1월 28일에 Half Birthday로 축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노란 버스 타고 견학(field trip) 가는 아이들

Field Trip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장 체험 학습과 같은  필드 트립을 평균적으로 연 3~4 회 다녀옵니다. 주로 저학년은 가까운 지역으로, 고학년은 거리가 먼 다른 도시로 견학을 갑니다.  

필드 트립에 학부모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자발적인 봉사로 Chaperon (샤프론)이라는 자격으로 4~5명의 아이들을 인솔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미술관, 동물원, 박물관, 도서관, 과수원, 농장 등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현장에서 구경하고,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배움의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 배가 되네요.  

첫째는 지난 학기 온라인이었지만 스쿨 스피릿 데이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Virtual Field Trip(가상 필드 트립)으로 동물원과 Christmas Tree Farm(크리스마스트리 농장) 등에도 다녀왔지요. 아이는 이런 온라인 학교가 신기하고 좋으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라는 말을 요즘 들어 부쩍 더 많이 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친구와의 만남이 있는 학교가 그리워지는 겨울입니다.  이번 겨울 학기도 온라인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습니다. 비록 컴퓨터 스크린으로 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지만 아이가 학교에는 소속감을, 학급 친구들에게는 작은 관심을, 자신에게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 문지효 
미국에서 18개월 터울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자녀 양육의 부담감과 호기심으로 유아 교육/아동 발달학 공부를 시작, 유아 교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국 프리스쿨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코로나19로 잠시 휴직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