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지효(미국 프리스쿨 교사)

프리스쿨 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고심하며 연구하는 것은 '아이들의 갈등 상황에 언제 그리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입니다. 아이들이 격하게 몸싸움을 해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감정이 상해서 서럽게 우는 지경에 이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매번 비슷한 갈등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학급 운영과 분위기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저는 갈등 상황에 즉각 개입하지 않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편입니다. (1)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을 수정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배우도록 (2)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문제 해결 방식과 성격/기질을 파악해서 (3)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는 제거하고, 필요와 욕구는 채워주기 위함이죠.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감지되는 때는 대체로 정해진 스케줄과 익숙한 환경의 공간(학교와 학급)이 아닌 여러 변수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상황(야외 놀이, 학교 행사, 학급 이동 시 등)인데요, 그런 상황을 '티칭 모먼트 (teaching moment)', 즉 아이에게 가르침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순간으로 여기며 아이들을 지도해왔습니다. 

그런데 부모로서 내 아이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성숙한 어른이라면 뉘 집 아이를 대하든 문제적 상황에서 '티칭 모먼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놀이터 상황이 이번 칼럼을 쓰게 된 계기가 됐는데요, 그 이야기를 먼저 풀어보고자 합니다.  

“I’m a queen!(내가 여왕이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놀이터 미끄럼틀 맨 꼭대기에서 소리를 치며 아무도 자기 허락 없이는 올라오지 못한다며 온갖 멋진 연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꼭대기에서 세 갈래로 뻗어 나오는 가파른 미끄럼틀이 이 놀이터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데, 그곳을 그 당돌한 여자아이가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저의 어린 두 딸도 올라갔다가 실망하며 내려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덩치가 있는 오빠나 언니들이 잽싸게 오고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으니 자신보다 어리고 작은 체구의 또래와 동생들만 못 가게 막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엄마가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그 아이가 있는 미끄럼틀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같이 노는 놀이터인데, 네가 그렇게 가로막고 있으면 되니?”
“아닌데요, 그런 적 없는데요.” 
“내가 한참을 지켜봤는데 무슨 말이야?”
“안 그랬어요.” 
“그럼 내가 누구랑 이야기해야겠니? 네 보호자 어디 계시니?” 
“몰라요. 그리고 저는 그런 적 없다고요!” 
“그럼 여기서 놀지 말고 가거라!” 

그렇게 아이는 터덜터덜 자신의 가방을 챙겨 엄마가 있는 벤치로 내려갔습니다. 아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아이 엄마는 이 상황과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는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로, 그 아이에게 교훈은 주지 못하고 지적과 처벌만 있었다는 것이 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 

둘째로, 그 아이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얼마나 줬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깨닫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셋째로, 일면식도 전혀 없는 건장한 어른이 갑자기 나타나서 책망할 때에 그 아이가 죄책감과 민망함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 됐습니다. 

넷째로, 그 아이가 비행을 저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으로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시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섯째로, 만약 그 아이 엄마가 발끈해서 엄마들 사이로 갈등이 퍼졌다면 더 큰 문제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집 귀한 자녀의 문제 행동에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다음의 10가지 체크 리스트를 참고하시길 제안합니다. 

1. 개입하기 전에 문제적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2. 아이가 스스로 문제적 상황을 해결할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합니다. 

3. 아이의 부모가 앞장서서 훈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부모가 모르고 있다면 문제적 상황을 인지시킵니다. 

4. 부모가 보이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개입을 하게 됐다면 아이의 부모에게 문제적 상황과 개입한 이유와 방법을 꼭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가 생겨 부모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5. 긴박한 위기의 상황과 비행 행동이 아니라면 무조건적으로 제지하지 않도록 합니다. 

6. 아이가 선택한 놀이 방식이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합니다.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7. 상대방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고, 물고, 발로 차는 등의 폭력적인 상황과 비행 행동에는 즉각 개입합니다.  

8. 공공시설이나 기구를 함부로 이용하거나 파괴할 때에는 즉각 개입합니다.

9. 아이를 무섭게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행동을 바꿔나가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10. 편견을 갖고 아이를 판단하지 않고, 감정적으로도 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글 = 문지효
미국에서 18개월 터울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자녀 양육의 부담감과 호기심으로 유아 교육/아동 발달학 공부를 시작, 유아 교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국 프리스쿨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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