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검정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셋이요.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위 동요의 제목은 <우산>입니다. 친구와 마지막으로 함께 썼던 우산이 아주 오래전 일이네요. 작은 우산 아래 한껏 몸을 웅크리고, 팔짱을 끼고 걸으며, 서로 우산을 들겠다고 티격태격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교복 치마가 다 젖어도 우산 하나를 고집했던 그 어여쁜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 동요를 <우정>이라고 제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친구와 우산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이 어떤 느낌인지 함께 노래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의 삶에서 친구란 존재는 참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칼럼 주제는 친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가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소개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의사소통 능력을 보고 배웁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법과 어떤 말과 행동이 적절한지 등을 배워야 합니다. 더불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도 알아야 하겠죠?  쌍방 간의 대화와 이해가 잘 이뤄지도록 배워야 할 여러 스킬이 있는데, 부모의 도움으로 이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부모가 좋은 의사소통의 본보기가 돼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와 갑작스러운 지적으로 아이를 초조하게 하거나 당황하게 하거나 또는 슬프게 하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참아주며, 자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열린 대화가 이뤄지는 집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심리학자 프레드 프랭클(Fred Frankel)과 로버트 마야트(Robert Myatt)는 몇 가지 소통 방법을 소개했는데,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가르치라고 합니다.

●새로운 친구와 대화를 하게 될 땐 자신의 좋아하는 것(likes)과 싫어하는 것(dislikes)를 공유한다.

●질문을 많이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한다.

●아이가 대화를 독차지하지 않도록, 주어진 질문에 대해서만 대답하고 친구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준다. 

아이가 자기 조절 능력을 갖도록 부모가 감정 코치가 돼 주세요

부정적인 감정과 충동적인 행동, 그리고 이기적인 마음은 누구나 갖고 겪는 보편적인 것들이죠. 좋은 친구를 사귀고 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반응들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바로 자기 조절 능력(self-regulation skills)이라고 하지요. 

자기 조절 능력이 있는 아이는 나중에 또래 집단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에도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 긍정적인 교우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에 부모가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엄격하거나 무관심할 때(예를 들어, “네 방으로 가!”, “그냥 이상해!”, “넌 대체 어떻게 될래?” 등의 반응) 아이는 자기 조절 능력을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배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여러 감정을 일찍부터 느낍니다. 그 감정이 어떤 종류인지 언어로 적절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때론 울음으로, 생떼로, 폭력적인 언행으로 표출하게 될 뿐이죠. 부모는 아이가 느낀 감정을 감정 언어로 대체해 주고 그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코칭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예로, 놀이터에서 단짝 친구와 잘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내며 칭얼댑니다. 보아하니 자신과 놀고 있던 친구가 다른 또래와 놀고 있더군요. 그럴 때

 “너 왜 짜증이야. 다 같이 놀면 되지!”

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면 아이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대신에 

“그 친구랑 같이 놀고 싶은 거야? 모르는 친구가 와서 어색하고 불편했구나?” 

라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보고, 그 감정을 인정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갖는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단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고, 적절한 반응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합니다. 

사과할 때는 잘못을 만회하려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상대방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거나 오해를 사기도 하지요. 

아이들도 또래와 친구 간의 여러 갈등과 사건/사고를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모습을 발견해갑니다. 특히 자신의 잘못과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에는 죄책감과 함께 민망하고, 창피하고,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등의 불편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되지요. 하지만 이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주위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더 큰 상처와 실망감을 느낀 상대방의 정서와 상황에는 적절한 대처와 반응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이 고의든 실수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을 공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가 저지른 잘못과 실수를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볼게요. 아이가 친구가 조립해 놓은 블록을 넘어뜨렸다면 “미안해”라고 말로만 사과하고 끝이 아니라 친구가 느꼈을 심정에 공감하도록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흩어진 블록을 주워주고, 협력해서 블록을 원래의 모습으로 세우는 과정에서 관계의 발달과 회복이 이뤄집니다. 

협동 놀이로 사회적 상호 작용을 개발시킵니다

만 5세가 지나면서 아이들은 “누가 잘했어?”, “내가 이겼지?” 등의 말을 하며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고, 칭찬을 듣고 싶어 합니다. 만 5세 전에는 '독수리처럼 하늘을 나는 것'도 '치타처럼 빠르게 달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이 만 5세를 기점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서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시기에 또래 친구들과 누가 1등인지, 누가 더 잘하는지 등의 대결 구도가 놀이 중에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놀이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경쟁심이 발동됩니다. 재미로 시작된 놀이가 일그러진 얼굴과 시기심으로 끝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특히 사회적 상호 작용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경우 불화와 갈등은 더욱 고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협동 놀이는 경쟁의식을 낮추고 협동심을 발휘하게 하고, 부족한 사회성과 상호 작용을 개발시킵니다. 서로의 방식과 능력을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놀이이기 때문이죠. 집에서 할 수 있는 협동 놀이로는

● 종이컵 쌓기
● 입으로 종이컵 옮기기
● 책으로 징검다리 만들기
● 벽화 채우기
● 퍼즐 맞추기


등이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라면 함께 하면 좋겠지만 외동인 아이라면 부모가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OOO가 보고 싶다!” 
저희 집 아이가 특정 친구 이름을 대며 보고 싶다고 말하던 첫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하면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안다는 것, 그리고 부모와 가족 이외에 사랑과 신뢰를 주는 또 다른 존재가 생겼다는 든든함 때문인지 아이의 친구와 그 가정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그 친구에게 동일하게 좋은 친구, 그리운 존재가 돼 주길 바라며 이 칼럼을 마칩니다. 

 

글 = 문지효
미국에서 18개월 터울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자녀 양육의 부담감과 호기심으로 유아 교육/아동 발달학 공부를 시작, 유아 교육 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국 프리스쿨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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