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용 기본 스토리지로 많이 사용하는 M.2 NVMe SSD는 간편하다. 케이블 없이 메인보드에 있는 M.2 슬롯에 끼우고 나사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발열이다. PCIe 4.0 인터페이스가 도입된 제품부터는 부쩍 발열이 높아져서 방열판(히트 싱크)이 없으면 과열 상태가 되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열판을 기본 장착한 M.2 NVMe SSD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는데 제품 두께가 2~3배는 두꺼워지기 때문에 M.2 슬롯 위치에 따라서는 그래픽카드나 다른 확장 카드와 간섭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초박형 방열판을 부착한 M.2 NVMe SSD도 출시되고 있다. 이번에 살펴볼 ‘GeIL Zenith P4L M.2 NVMe’(이하 게일 제니스 P4L)도 그런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두께 1mm에 불과한 초박형 방열판

게일 제니스 P4L은 M.2 2280 규격으로 설계되었다. 두께는 3.5mm이고 가로와 세로 길이는 각각 80mm, 22mm이다.

이 제품의 방열판은 라벨 그 자체이다. 두께는 1mm밖에 되지 않지만 알루미늄 재질에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이 코팅되어서 SSD 컨트롤러와 낸드 플래시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발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핀은 흑연과 다이아몬드처럼 탄소의 동소체(같은 원소의 원자로 된 분자 또는 결정에서 원자 배열이 다른 물질)이다. 그래핀은 평면 형태에서 두께 0.2nm(나노미터)인 경우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전달되며,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서 기존 금속에 미량만 첨부해도 에너지 전달 효율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즉, 방열판용으로도 효과적이다.

다만 그래핀 가격은 1g당 10만 원 정도여서 아직은 일부 산업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핀이 대단한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두께가 얇은데 발열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방열판이 부착된 상태와 아닌 상태에서 게일 제니스 P4L의 표면 온도를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해보았다.

온도를 측정한 부분은 발열이 심한 SSD 컨트롤러와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이며,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20분 이상 실행해서 SSD 온도를 가능한 높인 상태에서 온도를 쟀다.

▲ 방열판 부착한 상태에서 측정한 열화상 카메라 온도
▲ 방열판 부착한 상태에서 측정한 열화상 카메라 온도
▲ 방열판 분리한 상태에서 측정한 열화상 카메라 온도
▲ 방열판 분리한 상태에서 측정한 열화상 카메라 온도

온도를 측정한 결과 방열판이 부착된 상태에서 SSD 컨트롤러는 약 78°C,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약 71°C였다. 방열판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SSD 컨트롤러 온도가 약 85°C, 낸드 플래시 메모리 온도는 약 73°C로 측정되었다.

방열판 유무에 따라 SSD 컨트롤러 온도는 최대 7°C, 낸드 플래시 메모리 온도는 최대 2°C 가량 차이 나는 것이다. M.2 NVMe SSD는 온도가 80°C를 초과할 경우 성능이 저하되거나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는데 게일 제니스 P4L은 방열판 부착 시 온도가 허용 범위 내에서 유지되므로 안심할 수 있다.

 

3D TLC 낸드 플래시 메모리, SLC 캐싱 지원

게일 제니스 P4L은 PCIe 4.0 x4 인터페이스와 NVMe 1.4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YMTC의 3D TLC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장착되었으며 용량에 따라 512GB, 1TB, 2TB 등 세 가지 모델이 있다. 데이터 순차 읽기 속도는 최대 5,000MB/s(초당 메가바이트)이며 순차 쓰기 속도는 최대 4,500MB/s이다.

참고로 TLC(Triple Level Cell, 트리플 레벨 셀)는 셀(cell,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데이터 저장 단위)에 데이터를 3비트 단위로 기록하는 방식이며, 현시점 기준으로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SSD에 사용되고 있다.

▲ 게일 제니스 P4L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왼쪽)와 SSD 컨트롤러(오른쪽)
▲ 게일 제니스 P4L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왼쪽)와 SSD 컨트롤러(오른쪽)

게일 제니스 P4L은 디램(DRAM)이 장착되지 않은 디램리스(DRAM-Less) SSD이다. 디램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의 추상화된 주소를 원래 주소로 번역하여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핑 테이블’(Mapping Table)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내장된 제품 쪽이 성능 면에서 더 유리하다.

디램이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게일 제니스 P4L에는 ‘SLC 캐싱’ 기술이 적용되었다. SLC는 ‘Single Level Cell’(싱글 레벨 셀)을 뜻하며, SLC 캐싱은 셀 일부 구간에 데이터를 1비트씩 기록하여 TLC 구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 읽기 · 쓰기 작업을 허용하여 디램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SSD 컨트롤러는 이노그리트(INNOGRIT)의 ‘IG5220’이 장착되었다. 이노그리트는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된 SSD 컨트롤러 제조사이며, 그 분야에서 이름난 기업인 마벨(Marvel)의 CTO(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 기술 관리자)가 공동 창업해 주목받은 기업이다. 최근에는 게일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게 SSD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다.

 

게일 제니스 P4L의 성능

게일 제니스 P4L의 기본적인 성능을 확인해 보기 위해 몇 가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크리스탈 디스크마크(Crystal DiskMark) 테스트에서는 순차 읽기 속도 최대 5,051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4,624MB/s를 기록하여 제원상 성능보다 소폭 높은 결과가 나왔다.

이어서 ATTO 디스크 벤치마크(ATTO Disk Benchmark)와 AS SSD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ATTO 디스크 벤치마크에서는 순차 읽기 속도 최대 4.34GB/s(초당 기가바이트, 약 4,340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4.80GB/s(약 4,800MB/s)로 나왔다. 그리고 AS SSD 벤치마크에서는 순차 읽기 속도 최대 4,439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4,368MB/s를 기록했다.

크리스탈 디스크마크와 달리 제원상 성능과 제법 오차가 있는데 각 소프트웨어마다 작동 알고리즘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SSD는 특정한 용량까지 데이터를 기록한 이후에는 최대 쓰기 성능이 크게 감소한다. 게일 제니스 P4L은 어느 용량까지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래온 더티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게일 제니스 P4L은 약 290GB까지는 최대 속도로 데이터 쓰기 작업이 가능했다. 그 이후부터는 1,600MB/s 내외로 쓰기 속도가 감소했는데, 약 480GB까지 데이터 쓰기 작업이 이뤄진 이후에는 쓰기 속도가 500MB/s 내외로 감소했다.

디램리스 SSD 중에는 최대 성능 구간을 지난 이후 HDD보다 느린 속도를 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게일 제니스 P4L은 해당 구간을 지나도 SATA SSD 이상의 성능을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칼리스토 프로토콜’ 로딩 시간 측정
▲ ‘칼리스토 프로토콜’ 로딩 시간 측정
▲ ‘파 크라이 6’ 로딩 시간 측정
▲ ‘파 크라이 6’ 로딩 시간 측정

마지막으로 PC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파 크라이 6’를 게일 제니스 P4L에 설치하고 로딩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해보았다. 로딩 시간은 각 게임 메인 타이틀 화면에서 저장된 지점을 불러오는 시간을 스톱 워치로 쟀다.

테스트 결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로딩 완료까지 약 2초가 걸렸고, 파 크라이 6는 약 7초가 걸렸다. SATA SSD와 비교하면 5~10초 정도 빠른 속도이다.

 

얇은 두께와 무난한 성능의 조화

지금까지 게일 제니스 P4L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두께 1mm에 불과한 초박형 방열판으로 기본적인 쿨링 성능이 보장되고 SSD 성능도 무난한 수준이어서 PC용 기본 스토리지로 적합한 제품이다.

보급형에 속하는 제품이어서 2TB 모델도 가격은 십만 원 중반대에 불과하고 제품 보증 서비스는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리미티드 워런티(Limited Warranty) 방식으로 최대 5년까지 지원되므로 가격 대 성능비도 준수하다.

큰 부담 없이 쓸 만한 M.2 NVMe SSD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게일 제니스 P4L을 꼭 한번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