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가전제품이나 가구처럼 한 곳에 거치하여 두고두고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PC 케이스를 선택할 때 외형이나 크기도 주의 깊게 살펴본다.

보통 독특한 디자인에 아담한 크기로 설계된 PC 케이스가 인기 있는데 그런 제품에는 한 가지 제약이 따른다. 내부 공간이 여유롭지 못해서 장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종류가 일반적인 PC 케이스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무리 겉모습이 예뻐도 사용자가 원하는 하드웨어를 장착하지 못한다면 고성능 PC를 조립하는 용도로는 쓰기 힘들 수밖에 없는데, 그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내부 공간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PC 케이스를 개발하여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최근 프렉탈디자인(Fractal Design)이 출시한 ‘테라’(Terra)는 깔끔한 외관과 아담한 크기, 다양한 하드웨어를 장착할 수 있는 구조 등 여러 가지 이점들이 조화되어 근사한 고성능 PC를 구성하려는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PC 케이스이다.

 

호두나무 원목과 알루미늄의 조화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높이가 낮고 측면 너비가 긴 SFF(Small Form Factor) 규격 PC 케이스이다. 크기는 153 x 343 x 218mm(너비 x 깊이 x 높이)이며 무게는 3.1kg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미들타워 케이스와 비교하면 크기와 무게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되므로 아담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책상 위에서 PC가 차지하는 공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 프렉탈디자인 테라 상단
▲ 프렉탈디자인 테라 상단
▲ 프렉탈디자인 테라 하단
▲ 프렉탈디자인 테라 하단
▲ 프렉탈디자인 테라 왼쪽 측면
▲ 프렉탈디자인 테라 왼쪽 측면
▲ 프렉탈디자인 테라 오른쪽 측면
▲ 프렉탈디자인 테라 오른쪽 측면

제품의 상단과 하단, 그리고 양측면에는 넓은 면적으로 통풍구가 있어서 공기 순환이 잘 되는 구조이다.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져서 내구성이 높고 내부에서 생긴 발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용이하다. 그리고 표면은 아노다이징(Anodizing, 양극 산화) 처리되어서 장기간 녹슬지 않고 깔끔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다.

프렉탈디자인 테라의 외형에서 제일 눈에 띄는 점은 전면부 하단에 보이는 나무 재질로 구성된 부분이다. 호두나무 원목으로 만들어져서 금속이나 플라스틱만으로 제조된 PC 케이스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한 원목 부분에는 프렉탈디자인 로고가 표기된 전원 버튼과 USB 3.0 타입A(Type-A) 포트, USB 3.2 Gen 2x2 타입C(Type-C) 포트가 있다. 따라서 외장하드와 외장 SSD를 비롯해 다양한 USB 기기를 PC에 연결할 수 있다.

 

사이드 윙 방식으로 개폐하는 측면 패널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측면 패널을 위쪽 방향으로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열 수 있다. 측면 패널 아래쪽 가장자리 두 곳에 있는 돌출부를 푸시핀(push-pin)처럼 끼우는 구조여서 나사를 이용하는 방식보다 편리하다.

물론 측면 패널을 케이스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첩(힌지) 부분에서 케이스와 연결된 곳 가운데 한쪽에는 버튼이 보이는데, 그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측면 패널을 잡아당기면 분리된다.

상단 패널은 후면 가장자리에 달려있는 고리를 잡아당기면 분리할 수 있다.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이렇게 상단 및 양측면 패널을 분리하기 쉬우므로 먼지가 쌓여도 어렵지 않게 청소할 수 있다.

 

좌우로 움직이는 메인보드 플레이트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상단과 하단에 플라스틱 재질인 주황색 덮개와 나사로 고정된 부분이 모두 네 곳 있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1부터 7까지 숫자가 표기된 것이 보이는데 나사를 풀어서 주황색 덮개를 분리하면 그 아래 감춰진 눈금과 나사홀이 나타난다. 케이스 중간에 있는 메인보드 플레이트 위치를 7단계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메인보드 플레이트 1단계 위치
▲ 메인보드 플레이트 1단계 위치
▲ 메인보드 플레이트 7단계 위치
▲ 메인보드 플레이트 7단계 위치

메인보드 플레이트는 약 29.4mm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다.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메인보드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한쪽에는 그래픽카드가 장착되고 다른 쪽에는 나머지 하드웨어들이 장착되는데, 이렇게 위치를 움직일 수 있으면 사용자가 한쪽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그래픽카드나 CPU 쿨러처럼 부피가 큰 하드웨어는 내부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SFF 규격 PC 케이스에 장착할 때 어려움이 따르지만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메인보드 플레이트 위치를 변경할 수 있어서 그런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메인보드 플레이트 위치가 1단계인 경우에는 CPU 쿨러와 메인보드가 장착되는 쪽 공간이 가장 넓다. CPU 쿨러를 높이 77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다. 반대로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쪽은 공간이 줄어들어서 두께 43mm 이하(높이 131mm 미만)인 제품만 호환된다.

메인보드 플레이트 위치가 7단계인 경우에는 그래픽카드가 장착되는 쪽 공간이 가장 넓다. 그래픽카드를 두께 72mm(높이 131mm 미만)인 제품까지 장착 가능하다. 반대로 CPU 쿨러를 장착하는 쪽 공간은 감소해서 높이 48mm 이하인 제품만 호환된다.

 

체계적으로 조립할 수 있는 내부 구조

이제부터는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들을 사용해서 프렉탈디자인 테라에 조립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맨즈랩은 아래 하드웨어들로 조립을 진행했다.

▲ 인텔 코어 i9-13900 코잇
▲ 인텔 코어 i9-13900 코잇

CPU는 코잇이 국내에 유통하는 ‘인텔 코어 i9-13900’을 사용했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가운데 상위 라인업에 속하는 i9 시리즈 중 하나이며 P 코어(Performance-core) 8개, E 코어(Efficient-core) 16개가 내장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효율이 높다.

기본 클럭은 P 코어가 2.00GHz, E 코어가 1.50GHz이며 최대 터보 클럭은 5.60GHz이다. 인텔 스마트 캐시는 36MB 장착되었고 인텔 UHD 그래픽 770이 내장되어서 8K(7680x4320 @ 60Hz) 해상도에서 그래픽 출력도 가능하다.

▲ 서멀라이트 AXP90-X53 서린
▲ 서멀라이트 AXP90-X53 서린

CPU 쿨러로는 서린씨앤아이가 유통하는 ‘서멀라이트 AXP90-X53’를 사용했다. 높이가 53m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프렉탈디자인 테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SFF 규격 PC 케이스에 장착할 수 있다.

크기는 작지만 구리 히트 파이프 4개와 방열핀이 촘촘하게 배열된 방열판(히트 싱크), 유압식(Hydraulic) 베어링이 내장된 고성능 쿨링팬이 조합되어서 TDP(열설계전력) 125W인 CPU까지 발열을 해소할 수 있다.

▲ ASUS ROG STRIX Z790-I GAMING WIFI 코잇
▲ ASUS ROG STRIX Z790-I GAMING WIFI 코잇

메인보드는 코잇이 유통하는 ‘ASUS ROG STRIX Z790-I GAMING WIFI’를 사용했다. 데스크톱 PC에 사용되는 메인보드 규격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미니 ITX(170x170mm)로 설계되어서 SFF 규격 PC 케이스에도 장착할 수 있다.

비록 크기는 아담하지만 10+1페이즈 구성 전원부가 적용되어서 인텔 코어 i9 시리즈 같은 고성능 CPU도 제 성능을 발휘하는 데 문제없고, PCIe 5.0 x16 슬롯도 1개 제공되어 최신 그래픽카드도 충분히 성능을 낼 수 있다.

또한 최신 M.2 NVMe SSD와 호환되는 PCIe 5.0 인터페이스 기반 M.2 슬롯과 썬더볼트 4(USB-C) 포트, USB 3.2 Gen 2x2 커넥터, USB 3.2 Gen 2 포트 3개, USB 3.2 Gen 1 포트 1개, 와이파이(Wi-Fi) 6E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제공된다.

▲ 한미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 한미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파워 서플라이로는 한미마이크로닉스의 ‘Compact SFX 700W 80PLUS GOLD’를 사용했다. SFF 규격 PC 케이스에 주로 사용되는 SFX 규격으로 설계되었는데, 일반적인 ATX 파워 서플라이보다 20~30% 정도 부피가 작다.

80플러스 골드(80PLUS GOLD) 등급 인증을 통과하여 효율이 높고 낭비되는 전력이 적으며 과전압/저전압/과부하/단락/과열/과전류 보호 회로도 적용되어서 안전성이 우수하다. 그리고 사용자가 필요한 케이블만 연결해서 쓸 수 있는 풀 모듈러(Full Modular) 구조여서 PC 케이스 내부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조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기본 제공되는 구성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설명서, 케이블 타이, 벨크로 타이, 2.5인치 스토리지용 브래킷, 케이스 청소용 극세사 천, 각종 볼트 · 너트 등이 있다.

전면 패널을 기준으로 왼쪽 측면에는 파워 서플라이와 메인보드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물이 보인다.

메인보드에는 CPU와 CPU 쿨러, 메모리를 먼저 장착한 다음 프렉탈디자인 테라에 장착하는 것이 좋다. 특히 CPU 쿨러는 메인보드 후면도 이용해서 부품을 끼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파워 서플라이는 장착하기 전에 먼저 메인보드 플레이트 고정용 브래킷을 분리해야 한다. 주황색 덮개를 분리하고 위 사진에서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나사 2개를 풀면 분리된다.

메인보드 플레이트 고정용 브래킷을 분리하고 나면 파워 서플라이 장착용 플레이트의 나사홀이 모두 드러나서 조립을 진행할 수 있다.

나사 4개로 파워 서플라이를 고정한 후 전원 커넥터에 연장 파워 케이블을 꽂고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에 맞춰서 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연장 파워 케이블은 케이스 후면부 전원 커넥터까지 이어져 있으므로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일반적인 PC 케이스처럼 후면에 전원 케이블을 꽂아서 전원을 켤 수 있다.

반대편에는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다.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구조상 메인보드의 PCIe x16 슬롯에 그래픽카드를 직접 연결하지 못하므로 라이저 케이블을 이용한다. PCIe 4.0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서 지포스 RTX 40 시리즈와 라데온 RX 7000 시리즈 등 최신 그래픽카드 대역폭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경우에도 우선 메인보드 플레이트 고정용 브래킷을 분리해야 한다. 파워 서플라이 쪽과 같은 방식으로 분리 가능하며, 이후 핸드 스크류를 통해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를 단단히 고정한 다음에는 라이저 케이블로 메인보드를 연결한다. 커넥터가 제대로 꽂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면 부러질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연결하는 것이 좋다.

2.5인치 SSD는 2개 장착할 수 있다. 1개는 전면 패널 뒤쪽에 있는 벨크로 타이로 고정하면 되고, 나머지 1개는 기본 제공되는 2.5인치 스토리지용 브래킷을 이용해서 케이스 하단에 고정하면 된다.

참고로 2.5인치 SSD가 장착되는 하단부에는 120mm 규격 쿨링팬을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립을 완료하면 위와 같은 모습이 된다. 길이 200mm 이하인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경우 CPU 쿨러는 수랭 제품(라디에이터 120mm 규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디에이터는 파워 서플라이 뒤편에 장착할 수 있다.

 

조립 시 온도 측정

한편 이 제품처럼 아담한 케이스에 발열이 심한 하드웨어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으면 발열이 제대로 해소되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간단한 테스트를 실시해서 작동에 지장은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테스트는 프라임95(Prime95)와 3DMark 벤치마크를 이용해서 CPU와 GPU(그래픽카드) 이용률을 100%로 만들고 그 상태를 20분 이상 유지한 상태에서 HWiNFO 유틸리티로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CPU 온도는 85~90°C 내외, GPU 온도는 77~79°C 내외를 유지했다. 양쪽 모두 온도가 100°C 미만이라면 기본적인 작동에 문제가 없으므로 무난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담하고 실속 있는 프렉탈디자인 테라

지금까지 프렉탈디자인 테라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전면 패널에 호두나무 원목을 사용해서 디자인을 부각시켰고 아담한 크기인데도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서 예쁜 고성능 PC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묵직한 PC에서 벗어나 나만의 깜찍하고 멋진 PC를 장만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프렉탈디자인 테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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