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각 월에 우리나라 문화를 상징하는 기념일들이 있다. 3월은 3.1절, 4월은 식목일, 5월은 어린이날, 6월은 현충일, 8월은 광복절, 10월은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그리고 지금 7월에는 제헌절이 있다.

제헌절의 기본적 정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고로 7월 17일 제헌절이 있는 7월에 헌법, 법에 대해 한 번 쯤 관심을 기울여 보기에 적당한 시기다. 

제정된 것을 기념하여 국경일로도 지정된 헌법 관련 개념들을 재정립해보고, 나아가 법에 대하여 이해를 도우며 문화의 방법을 빌어 재미까지 같이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 법정영화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도 이번 7월에 동시에 관람해보자.

 

 

헌법에 대하여

헌법이란?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들어봤을 법률마저도 헌법의 하위 법이므로 헌법에 위반된 법률은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서 제5조까지
▲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서 제5조까지

대한민국 헌법은 부칙 6개 조 제외, 총 10장 130조로 구성돼있으며 대한민국의 가치와 동력원 등이 포함돼있다. 국가의 3요소인 주권·국민·영토 그리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가의 권력을 나눠 가지는 입법부·행정부·사법부까지 설명하며 대한민국 최상위 법의 기능을 하고 있다.

 

제헌절이란?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첫 제정되고 공포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7월 17일이 제헌절로 지정된 것이다. 

제헌절은 2007년까지 위를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이면서 공휴일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제기되고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국경일의 지위는 유지됐지만 공휴일에서는 해제됐다. 

▲ (사진: 유튜브 EBSCulture 공식 계정 영상 캡처)
▲ (사진: 유튜브 EBSCulture 공식 계정 영상 캡처)

하지만 2017년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에 대한 여론조사 찬성이 78% 이상으로 응답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20대 국회에 들어서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개헌이란?

대한민국 최상의 법인 헌법을 고치는 것, 개헌을 진행하기란 현재로서 상당히 어렵다. 대한민국의 가치관과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정치권을 비롯 국민적 합의가 과정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려 했었던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유튜브 YTN News 공식 계정 영상 캡처)
▲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려 했었던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유튜브 YTN News 공식 계정 영상 캡처)

개헌을 위해선 대한민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국회의원 ⅔ 찬성 후에 치러져야 하는 국민 투표 과반 찬성이 완결돼야 비로소 개헌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국회의원을 비롯 국민 스스로가 헌법 개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함을 뜻한다. 최근에는 헌법 전문의 민주화 운동 역사 추가, 4년 연임 대통령제 도입 등으로 개헌 논의가 뜨거워진 바 있다.

 

헌법재판소란?

헌법재판소는 명칭 그대로 헌법재판을 전담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리고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느 기관에서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각 3인씩 추천하여 9명으로 구성된다.

▲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 헌법재판소 공식 홈페이지)
▲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 헌법재판소 공식 홈페이지)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치러온 재판에 따라 대한민국 현대사가 그대로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2017년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을 판결했었고, 2013년에는 정당을 해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간통죄 위헌·낙태죄 위헌소원 헌법불합치 등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헌법도 판결하기도 했다.

 

 

7월에 관람하기 좋은 대한민국 법정영화

도가니

2011년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린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는 당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영화 '도가니'가 법정영화로서 우리나라 영화사에 뚜렷하게 기여한 점은 바로 법정영화를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극 안에선 여러 번의 재판이 진행된다. 그 재판들이 진행될 때 마다 결정적으로 역할하는 것은 변호사도 아닌 검사도 아닌 판사도 아닌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였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그야말로 슬기롭게 증언을 해 영화가 중추적으로 전개되고 관객들의 몰입을 효과적으로 이끈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삼거리픽처스, 판타지오, CJ엔터테인먼트)
▲ (사진: 네이버 영화, 삼거리픽처스, 판타지오, CJ엔터테인먼트)

창작품인 영화기 때문에 뚜렷한 해결을 제시하지는 못 한다. 그럼에도 '도가니'는 당시 가시적인 간접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경찰의 재수사, 지자체의 해당 학교 폐교 결정 등 문화가 일으킨 '효능감'을 제대로 발휘한 법정영화 '도가니'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 당장 '도가니'를 관람한다면 이런 기분이 연쇄적으로 들 것이다. 이런 소재로 한 영화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기를, 이런 사건으로 진행되는 재판이 다시는 없기를.

 

의뢰인

영화 '도가니'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여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데 성공한 법정영화라면 바로 일주일 뒤 개봉된 영화 ‘의뢰인’은 또 다른 법정영화의 매력을 선보였다.

영화 '의뢰인'의 핵심 단어는 '정황'이다. 피가 흥건한 사건 장소에 시신은 없었고 '정황'상 피해자의 남편 한철민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리고 이후 한철민의 변호사 강성희, 그리고 맞은편 검사 안민호가 역시 재판에서 '정황'으로 본 한철민 살인 타당성을 두고 연신 논박을 법정에서 이어간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청년필름, 쇼박스)
▲ (사진: 네이버 영화, 청년필름, 쇼박스)

영화의 절정에서는 재판 즉석에서 강성희는 '정황'의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하며 한철민의 무죄를 이끌어 낸다. '정황'이라는 속성을 재판에서나 영화에서나 '의뢰인'은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뢰인'을 보고 한 가지는 반드시 모든 관람객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다. '정황'은 판결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점. 명확하고 객관적 근거만이 판결의 근거가 된다는 점. 이 점이 재판의 대부분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부러진 화살

1990년대 말 '블랙잭', '까' 등의 파격적인 영화 연출로 주목을 받았던 정지영 감독이 2012년 새로운 작품으로 영화계에 돌아왔는데, 정지영 감독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장르는 법정영화였고 제목은 '부러진 화살'이었다.

'부러진 화살'은 '도가니'처럼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 내 중심 사건이 되는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은 사실 보는 관객에게는 아무런 직간접적 영향이 없다. 그저 영화의 소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부러진 화살'은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첨예하게 재판으로 다투는 과정을 영화로 밀도 높게 담아 '가장 법정영화 다운' 영화 '부러진 화살'로 거듭났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아우라픽처스, NEW)

작은 증거 하나하나 변론의 근거가 됐으며, 현장 증거가 남긴 흔적들 마저도 변론의 치밀한 밑바탕이 됐다. 이러한 영화의 전개를 보면서 증거 크기에 따라 중요도가 갈린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재판의 방향을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을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물론 '부러진 화살'이 법정영화의 개념을 정립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영화라고는 볼 수 없다. 한국영화 역사 상 법정영화의 계보 안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영화기 때문에 만약 법정영화를 찾아보고 있다면 충분히 관람해볼 영화다.

 

변호인

영화 '변호인'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만 관객 동원 돌파에 성공한 영화, 故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영화의 도시인 부산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라는 점 등 '변호인'을 분해해보면 여러 의미들이 산출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의미는 '변호인'은 법정영화라는 점이다.

주인공 송우석은 판사직을 내려놓고 돈을 벌기 위해 세법 부문을 주력으로 하는 변호사다. 그러면서 단골 돼지국밥집 아들이 '부독련 사건'에 휘말리며 송우석은 세법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을 '변호인'은 '부독련 사건'을 변호하는 송우석의 변론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 (사진: 네이버 영화, 위더스 필름, NEW)
▲ (사진: 네이버 영화, 위더스 필름, NEW)

송우석의 거듭되는 재판과 변론 속에서 '변호인'을 보는 관객들은 보편적 상식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당시 '부독련 사건'을 어이없이 밀어붙인 부당성에 쉽게 알아채며 상식을 다시 세우게 되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다시 들으며 '국가가 곧 국민'임을 재인지한다. 마지막으로 송우석 재판에 참관하는 부산 변호사들의 집단행동에서 상식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마지막으로 알게 된다.

단순히 송강호가 故노무현 대통령을 연기했다고 해서 한국영화 역사에 기념비적으로 '변호인'이 남게 된 것이 아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법정영화의 본질 위에 명확히 전달했기 때문에 천만이 넘는 관객들이 '변호인'에 지지한 것이다.

 

소수의견

직접적인 소재라기보다 영화 각본 집필 시기가 더 먼저기 때문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영화 '소수의견'은 소위 '용산참사'라 불리는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재판에는 피고와 원고가 있다. '소수의견'에서 맞서고 있는 관계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 개인과 박재호의 변호인단이 과잉 진압이라 주장하며 100원 배상을 청구한 국가다.

▲ (사진: 네이버 영화, 하리마오 픽처스, 시네마서비스)
▲ (사진: 네이버 영화, 하리마오 픽처스, 시네마서비스)

국선 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 구속력을 가질 수 없는 기자 그리고 힘없는 개인이 국가에 맞서 진행되는 재판을 영화로 담아 '소수의견'이 탄생했다.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는 현재까지도 정치적 대립이 첨예하다. '소수의견'이 개봉된 당시에서 담백하고 가볍지 않게 그려낸 법정영화임에도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제대로 홍보되지 못 해 평단에서 상당히 아쉬워했다. 

'소수의견'은 이런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소재에 겁을 내지 않았다는 점과 개인이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면 그 상대가 국가일지라도 얼마든지 소송이 가능하고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관객들은 인식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

위 모든 영화들은 법을 소재로 하여 재판을 영화의 중심 전개 방식으로 따른 '법정영화'다. 모든 인물들은 법으로 말하고 법을 따르면서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가장 최종적인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본질이 법을 지탱하고 법정영화를 존재케 하는가?

독일의 법학자 게오로크 옐리네크가 남긴 말이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는 말. 도덕, 문화, 관습 등은 사람과 문명마다 공통분모가 다르기 때문에 무한정 인정하여 구속력을 부여할 수가 없다. 이 확장성에서 많은 사람들이 약속하고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면서 최소한의 규범들을 '법'이란 한 글자로 모아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다. 그 '법'으로 위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대한민국의 최상의 법 '헌법'이 제정돼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법'은 최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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