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가 있어!

아이들에게 한 번쯤 이런 말을 해보셨을 겁니다. 육아 프로그램에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때문에 '타임아웃'이라는 용어도 이제 부모님들께 익숙할 것입니다. 하지만 타임아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부모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사진=픽셀즈)
▲ (사진=픽셀즈)

타임아웃은 왜 하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타임아웃은 '처벌'아닙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답답한 마음을 호소합니다.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했을 때 반성하라는 의미로 타임아웃을 시켰는데 오히려 방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더 화가 났었다고 말합니다. “이럴 바엔 타임아웃을 왜 하겠어요?”라고 분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타임아웃의 본질적인 속성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타임아웃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감정 식히기’입니다. 부모도 아이도 감정이 평소와 같지 않아 계속해서 마주하고 있을 경우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죠. 반성의 측면에서도 아이가 자극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려면 일단 감정을 식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쨌든 타임아웃이 ‘처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임아웃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타임아웃은 “너 어디 혼 좀 나 봐!”의 의미가 아니고 “잠시 떨어져 있자.”임을 부모와 아이가 모두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말아주세요

방송에서 전문가가 알려준 타임아웃 방법을 보고 그날 바로 적용하기 시작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벽을 보고 앉으라고 하거나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엄마 아빠의 말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타임아웃이 우리 집의 규칙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행위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죠. 다만 단호하고 화가 난 표정의 부모를 보고 ‘내가 벌을 받는구나’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가정에서 새로운 규칙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그 규칙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합니다. 아이는 이 규칙을 알고 스스로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자율적인 존재입니다. 규칙 내에서는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고, 규칙을 벗어나는 행동은 보호자인 부모에게 제제를 당한다는 것을 알고 행동을 조절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자리에 앉아 어떤 상황에서 타임아웃을 사용하게 될지 알려줘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핵심은 '타임아웃의 의미를 아이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화가 나면 이제 너에게 방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할 거야. 그리고 서로 기분이 나아지면 다시 이야기를 할 거야. 엄마가 너에게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는 이유는 엄마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너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있거든.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싫어. 그래서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는 거야.” 

주요 내용은 바로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입니다. 이로써 부모도 아이도 타임아웃을 시작할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타임아웃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다른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아이가 방 안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고 화를 낼 필요도 없고, 아이도 의기소침해하거나 불안해하며 방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서로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렇게 되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타임아웃을 즐거워하는 거 같다' 등의 문제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의 타임아웃

앞에서 타임아웃을 하기 전에 아이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했지요? 아이에게 타임아웃의 의미를 알게 한 후에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 아이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스스로 정하는 것이죠. 아이가 너무 엉뚱한 제안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부모가 다른 제안을 하며 조절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해보는 것 어떠세요?

“이제 네가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할지 정해보자. 규칙을 어길 때 방에 들어가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방에 혼자 있는 게 무섭다면 한쪽 벽을 보고 앉아서 생각을 해도 좋아. 어떻게 하고 싶니?” 

그리고 아이가 정한 규칙에 따라 적당한 타임아웃 시간을 정합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3분 이내의 시간이 적당하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10분 정도로 늘려도 무방합니다. 이때 혼자 방 안에서 타임아웃을 하는 경우 어떤 자세로 있어도 괜찮지만 의자에 앉아 타임아웃을 하는 경우에는 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임아웃은 물리적인 환경에 경계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의자에 앉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 (사진=픽셀즈)

타임아웃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마무리입니다. 아이가 타임아웃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타임아웃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이제 앞으로 어떤 변화와 노력을 시도할 수 있는지 말이죠. 이 과정이 없으면 타임아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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