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지대
- 대항해시대 때 유럽 전파…교역 통해 아시아에 전달
- 파이프 담배에서부터 코담배, 씹는담배, 전자담배까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전세계에 전파되어 재배되고 있는 담배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전세계에 전파되어 재배되고 있는 담배

조선 시대 최고의 애연가 이옥(李鈺, 1760~1815)은 본인이 저술한 ‘연경(烟經)’에서 “엄숙하고 위엄 있는 대궐에서 입을 다물고 오래 있다 보니 입이 다 떨떠름하다. 대궐문을 벗어나자마자 급히 담배를 찾아 서둘러 입에 물고 한 대 피우니 오장육부가 다 향기롭다”고 했다.

담배란 그런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느꼈으니 오늘 날 우리는 더 하다. 오장육부가 다 향기롭다는 표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애연가들 역시 공감 백만표를 몰아 줄 것이라 본다.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의 남성들에게 담배는 해방구이자 탈출구인 것이다.

본래 담배란 식물이다. 식물학적 정의는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복잡한 것은 건너뛰고 이 담배라는 식물의 잎을 말려 빻은 것을 종이에 돌돌 말아 피우는 것을 궐련이라고 한다. 우리가 슈퍼에서 사다 피우는 것이 바로 이 궐련형 담배다.

담뱃잎이 담긴 절단면에 불을 붙여 담배회사에서 개발한 필터를 통해 연기를 흡입하고 내 뿜는다.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담배를 즐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궐련형 담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오물오물하다 한 움큼 침을 뱉어내는 씹는 담배도 있다.

최근에는 전자 담배도 등장했다. 수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전자 담배는 액상형이다. 담뱃잎을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었던 시대가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자 담배는 이제 액상형이 아니라 궐련형으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궐련을 찌우는 방식이라고 한다.

도대체 담배를 즐기는 방법들은 얼마나 많은 것일까?

 

담배는 대항해시대 때 탐험가로 인해 유럽에 전해졌다.
담배는 대항해시대 때 탐험가로 인해 유럽에 전해졌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
담배를 즐기는 방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담배란 무엇인가를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전세계에서 재배하고 있는 담배는 사실 원산지가 따로 있다. 학계에서는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지를 담배의 원산지로 보고 있다. 옛날에는 여기 말고는 담배가 없었다는 의미다.

전세계에 담배가 퍼지게 된 계기는 유럽의 대항해시대(15세기~17세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콜롬버스가 등장하는 그 대항해시대 말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재배하던 식물 중 하나가 바로 담배였고,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 현지로 옮겨갔다.

아시아에는 유럽과의 교역으로 담배가 전해졌다. 외래 문물에 박했던 조선 보다는 교역이 활발했던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전파됐고 우리나라에는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1752~1800)때 전해졌다고 알려졌지만, 그 이전부터 담배를 즐겼을 수 있다는 설도 있다.

 

중동아시아에서 담배 이전에 대마초를 즐겼다.
중동아시아에서 담배 이전에 대마초를 즐겼다.

중동은 조금 다른 것이 담배가 전해지기 이전부터 대마초라는 것을 즐겼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숙해야 했던 바로 그 대마초다. 보통 물담배로 알려진 방식으로 대마초를 흡입해 왔고, 유럽과의 교역을 통해 담배가 넘어오면서 번지기 시작했다.

담배는 아메리카에서 유럽을 통해 세계 각지에 뻗어나가는데 100년도 걸리지 않았다. 본격적인 재배와 함께 담배를 즐기는 방식 또한 이때부터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터 담배가 등장하기 전 보편적이었던 파이프 담배
필터 담배가 등장하기 전 보편적이었던 파이프 담배

담배를 즐기는 전통 - 파이프 담배
흡연에 대한 흔적은 기원전 5천년 이전부터 샤머니즘 의식의 하나로 성직자들이 즐겼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대마초를 피우고 환각 상태에서 신탁을 받았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담뱃잎을 태웠을 때 발생하는 연기와 니코틴의 작용이 샤머니즘 의식에 활용된 원인으로 보인다. 마야 시대의 유물에서도 종교 의식을 치르는 성직자가 파이프 형태의 담배를 피우고 있는 부조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 담배를 즐기는 방법은 불에 태워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마른 담뱃잎으로 말아 피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대탐험가 콜롬버스가 산살바도르섬과 쿠바섬에서 원주민들이 담뱃잎을 말아 흡연한 것을 봤다는 기록이다. 이를 담배가 유럽에 전파된 계기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대항해시대에는 콜롬버스 뿐 아니라 각국에서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개척했기 때문에 많은 나라의 선원들로부터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고대 벽화 등에서 발견되듯 옛날부터 담배를 피우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도구는 파이프였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할 당시 원주민들은 긴 담뱃대를 의식용 도구로 사용했다. 무엇인가 계약이나 조약을 봉인해 두는 의식으로 활용해 유럽에서는 이를 평화의 파이프(Calumet)라고도 불렀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이를 딴 지명이 존재한다.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평화의 파이프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평화의 파이프

우리나라에서도 곰방대라고 불리는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이 같은 파이프 담배의 구조는 가장 앞에 담뱃잎을 넣어 불을 붙이는 대통, ㄴ자로 이어지는 자루까지를 머리라고 부르며, 머리와 이어지는 부분을 설대, 입을 대는 부분을 물부리다. 파이프의 원리는 간단하다. 대통에 담뱃잎을 넣고 불을 붙여 파이프 끝을 빨아들이면 된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담배를 즐긴 방법 중 하나다.

 

이슬람 문화에서 크게 유행한 물담배
이슬람 문화에서 크게 유행한 물담배

또 하나의 오랜 방식 - 물담배
영어로 후카라고도 불리는 것이 바로 물담배다. 물담배 역시 담배를 즐기는 방법 중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페르시아에서 발명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슬람 문화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흡연 기구 중 하나다. 처음에는 담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이기 때문에 주로 강력한 환각제 중 하나인 대마초나 아편을 넣어 즐겼다. 이후 유럽에서 담배가 전해지며 대마초 대신 담배를 넣어 즐기는 도구로 발전했다.

물담배의 핵심은 가장 윗부분에 있다. 직역하면 담배 사발(bowl)이며 보통 점토, 대리석, 유리 등으로 만든다. 이 부분에 담배를 넣고 덮개를 덮은 후 위에 숯을 올린다. 덮개의 위에는 작은 구멍들이 존재해 숯이 지나치게 빠르게 담배를 태우지 않도록 한다. 이후 담배를 태우며 발생한 연기가 파이프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물속까지 이어지며, 물을 통과한 연기를 파이프를 통해 흡입하는 것이다.

 

물담배의 전통적인 방식은 숯을 가장 위에 올려 밑의 담배를 태운 후 물을 통과한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물담배의 전통적인 방식은 숯을 가장 위에 올려 밑의 담배를 태운 후 물을 통과한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물담배는 파이프 담배나 담뱃잎을 말아 피우던 방법 보다는 그래도 물을 한번 통과하기 때문에 일종의 필터 작용으로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의 필터가 등장하고 궐련형 담배가 보편화된 이후에는 원시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방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담배를 태운 연기를 그대로 흡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돌려 사용하는 문화 탓에 각종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로도 취급되고 있다.

오늘 날에는 홍대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서 이색적인 체험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럽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인 코담배 케이스
유럽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인 코담배 케이스

들어 봤나 코담배, 씹는담배의 등장
메이저리그의 상징 중 하나는 선수들이 연신 침을 뱉어내는 것이다. 선수들 역시 입안에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씹는담배를 즐기는 모습이다. 담배를 즐기는 방법 중 연기를 들이 마시지 않고 즐기는 대표적인 방법이 씹는담배다. 보통 껌담배, 입담배로도 불린다. 그런대 이 씹는담배의 시초는 코담배에서부터 출발한다. 씹는담배보다 코담배의 역사가 더 오래됐다. 씹는담배는 들어봤는데, 코담배는 처음 들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담배는 우리가 영화에서 가루로 만든 마약을 코로 흡입하는 장면에서 자주 목격한다. 실제로 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흡입하는 것은 마약이 아니라 코담배다. 코담배는 마약과 같이 실제로 코로 흡입하기도 하며 잇몸에 끼워 즐기거나 코 밑에 발라 향을 즐기기도 한다. 이는 담뱃잎을 분말 형태로까지 분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밀가루처럼 곱다. 코담배의 역사는 파이프담배나 물담배 혹은 담뱃잎을 말아 피우는 방법 보다 오래됐을지 모른다.

 

밀가루처럼 곱게 간 코담배
밀가루처럼 곱게 간 것부터 입자가 좀 더 큰 다양한 코담배

대항해시대 때 원주민들이 담배를 즐기던 방법에서 전해져오고 있다. 하지만 담배를 즐기는 방법 중 가장 사치스러운 방법이다. 담배가 막 전해진 이후 유럽에서는 코로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귀족들 사이에서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이 때문에 코담배를 즐기는 것이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유행했다. 담뱃갑 중에서 코담배 케이스의 가격은 매우 높다. 중국에서 조차 금, 은, 호박, 경옥, 대모갑, 상아, 유리, 도기 등으로 제작된 공예품이 코담배 케이스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도 코담배 케이스는 주인공인 셜록 홈즈가 왕의 스캔들을 해결하고 받는 선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케이스가 비싼 것이지 담배의 가격 자체는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티백에 쌓인 보편적인 씹는담배. 잇몸사이에 껴 흡수한다.
티백에 쌓인 보편적인 씹는담배. 잇몸사이에 껴 흡수한다.

씹는담배 자체가 이 코담배에서 출발했다. 코담배는 코로 담배가루를 흡입하는 등의 행동이 뒤따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고, 코의 점막이 아닌 입 속에 넣어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것이다. 보통 잇몸 사이에 껴 흡수되는 담배를 즐겼고, 이것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녹차 티백 형태의 씹는담배가 등장하는 등 무연으로 담배를 즐기는 방법이 발전한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전자담배
가장 일반적인 전자담배

디지털 시대 다운 발상 - 전자담배
담배라고 하면 모름지기 궐련형 담배가 일반적이다. 담뱃잎을 종이로 말고 필터를 통해 흡입하는 궐련형 담배는 가장 대중적으로 담배를 즐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궐련형 담배가 유행하면서부터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담배회사들도 처음부터 궐련형 담배에 필터를 넣었던 것이 아니다.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필터를 개발해 넣은 것이 시초다.

하지만 필터를 넣었다고 해도 담배에 대한 유해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담배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규제도 늘었다. 담배에 대한 규제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흡연자에 대한 유해성과 함께 간접흡연에 대한 위험성도 덩달아 커져 담배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유해성 논란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전자담배다. 전자담배는 기계로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를 말한다. 2003년 당시 중국의 루엔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배터리의 에너지를 토대로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이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을 기화시킨다. 기화된 연기를 파이프를 통해 사람이 흡입한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구조다. 파이프 담배의 역순으로 흡입 하는 쪽 가까이에서 열이 발생하고, 그 아래 액상이 담기며, 뒤에는 배터리가 자리하고 있다. 엄청 작게도 만들 수 있지만 크기의 대부분을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큰 배터리를 장착해 엄청난 분무량을 자랑하는 튜닝 버전의 전자담배
큰 배터리를 장착해 엄청난 분무량을 자랑하는 튜닝 버전의 전자담배

이 간단한 원리 때문에 전자담배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구조와 원리가 다 비슷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더 큰 것으로 교체한다거나 액상의 맛을 더 다양하게 즐기고, 액상 자체에 대한 브랜딩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더 많은 분무량과 흡입량에 대한 욕구를 각자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처음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아이코스
처음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아이코스

전자담배의 진화 ‘궐련형 전자담배’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자담배는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초는 필립모리스사에서 지난 2015년 9월 출시한 아이코스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정식 발매는 2017년 6월 5일 이뤄졌다. 기존 전자담배가 액상을 기화하는 형태였다면 아이코스는 궐련 담배에 열을 가해 찌워 피우는 형태다. 다만, 일반적인 담배가 아닌 전용 궐련 담배를 구매해야 한다. 아이코스용 궐련 담배는 히트스틱이다.

아이코스의 작동 원리는 전자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액상이 아니라 히트스틱을 뒤집어 꽂으면 된다. 이후 파이프 내부의 히터 블레이드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꼽아진 히트스틱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찌운다.

또 아이코스 이후 등장한 것이 릴(lil)과 글로(glo)다. 먼저 KT&G에서 2017년 11월 7일 출시한 릴은 원형 히터 방식을 채택했다. 담배에 열을 가하는 방식은 아이코스와 거의 같지만 KT&G에서는 원형 히터 방식이라며 담배를 찌는 방식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아이코스가 연달아 흡연이 불가능했던 반면, 릴은 연속 흡연이 가능하고 아이코스 스틱과의 호환성을 갖췄다.

 

KT&G에서 출시한 릴
KT&G에서 출시한 릴

BAT코리아의 글로는 국내에서 아이코스 다음에 등장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아이코스와 글로가 상호 스틱이 호환되는데 반해 글로는 개별적인 스틱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던힐을 궐련형 전자담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히팅 방식 역시 심지에 담배를 꼽아 사용하는 기존 제품들과 달리 외곽에서 담배를 전체적으로 찌워주는 형태다. 열이 가해지는 면적이 높기 때문에 일부는 글로를 선호하고 있다.

 

던힐로 유명한 BAT코리아에서 출시한 글로
던힐로 유명한 BAT코리아에서 출시한 글로

전자담배에 이어 등장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우리나라에서 큰 히트를 쳤다. 당장 유부남들에게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 됐다. 담배를 태울 때 발생하는 특유의 담배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태울 때 보다 유해성분이 10분의 1 가량 적다는 것이 담배회사들의 주장이다. 흡연 욕구는 그대로 두고 담배냄새와 담뱃재에서 해방되고 유해성분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애연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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