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도 다 지나갔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서서히 얇아지고 있다. 이른 봄꽃들은 벌써 개화했고 그리 반갑진 않지만 황사도 일었다. 그렇다. 봄이 왔다. 봄이 왔다는 건 또 하나가 새로이 시작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는 한다.

2020년 1월부터 발생한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를 취소하여 치르지 않았다. 정규시즌은 약 1달 넘게 시작하지 못 하다가 5월 5일 개막하여 시즌 내내 무관중 혹은 제한된 인원으로 치렀다.

올해도 봄이 왔고 여전히 코로나19는 유행 중이다. 프로야구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 시국을 겪어오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무관중으로 올해 시범경기를 시작했다. 시범경기 시작으로 KBO, 각 구단, 선수들 그리고 야구팬들 모두 서서히 야구 시즌을 맞기 위한 몸풀기를 한다. 

시범경기? 시범경기를 자주 봐오긴 했어도 시범경기란 무엇이고 시범경기에 대한 필요성을 우리는 정확히 알지는 못 한다. 시범경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알아보고 시범경기만의 느낌을 만끽해 정규시즌에 들어서 올해 프로야구를 지배할 팀과 선수는 누구일지 예측해보자.

그리고 야구 시즌 전, 야구 몰입에 한껏 도움을 주는 감상할만한 야구영화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도 짚어보자.

 

 

시범경기란?

시범경기라는 개념에 정확한 정의는 없다. 대략적인 개념은 정규시즌 돌입 전 선수는 선수 나름대로, 코칭스태프들은 코칭스태프 나름대로, 구단은 구단 나름대로 '몸을 푸는' 경기라고 보면 딱 알 맞을 것 같다.

봄에 앞선 계절은 겨울이다. 겨울은 춥기 때문에 야외 운동인 야구를 각 연고 지역에서 지속된 훈련을 이어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대부분의 구단은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간다. 그러나 그 전지훈련장은 연고지가 아니다. 결국 속한 연고지로 돌아와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러야 한다. 또 그렇다고 연고지에 돌아오자마자 정규시즌을 맞이한다면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모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본 연고지로 돌아와 정규시즌 전 '몸을 풀며' 올해 개막에 대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 곧 시범경기 시즌이다.

▲ 올해 시범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 올해 시범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코로나19 발생 전, 2019년까지는 프로야구 시범경기 관람은 무료였다. 그렇지만 무료라고 하여 관중들이 붐비지 않는다. 이유는 주로 오후 1시에 경기 시작, 모든 구단의 주 전력 선수들을 코칭스태프가 컨디션 조절의 이유로 자주 출전시키지 않고, 2군급 선수들을 주로 출전시켜 정규시즌 합류에 적당한지 가늠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야구팬들도 지켜보면서 슬슬 본격 응원에 대한 '몸을 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시범경기 최다 우승팀, '봄데' 롯데 자이언츠

그래도 시범경기도 나름의 리그다. 시범경기 고유의 순위도 매겨지고 우승팀도 기록된다. 상술했듯, 시범경기는 봄에 열린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야구 계절 코드들이 여러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호성적을 내는 삼성 라이온즈를 빗댄 '여름성', 시즌 내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 하다가 가을에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홈런과 맹타를 휘두르는 박정권을 빗댄 '미스터 옥토버' 그리고 시범경기의 최강팀 '봄데' 롯데 자이언츠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통산 시범경기 10회 우승에 빛나는 '봄데'의 위엄을 자랑해왔다. 첫 우승 해였던 1986년부터 최근 우승 해인 2011년까지 롯데 자이언츠는 시대를 관통한 시범경기 최강팀 '봄데'였다. 특히, 2009년은 10승 1패, 2010년은 10승 2패로 봄 야구 최강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곤 했다.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사실, '봄데'라는 2음절은 2000년대 초반 롯데가 '8888577'의 순위를 기록했을 때, 생겨난 '꼴데'라는 2음절에서 파생된 별칭이다. 한 때이긴 하지만 '만년꼴찌'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새 시즌을 알리는 시범경기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이니 올해는 다르겠지라는 희망 섞인 마음에서 파생된 별칭이라 보면 될 것이다. 그래도 앞서 말한, 2009년과 2010년은 모두 가을야구까지 진출하며 '봄데’에서 '가을데'까지 잇는 데 성공했다.

2021년 3월 25일 기준, 올해도 롯데 자이언츠는 '봄데'의 모습을 온전히 보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SSG 랜더스 2연전 모두 승리로 장식해 3승 무패의 시범경기 성적을 보이고 있다. 명실상부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과연 '봄데'의 기운을 시즌 내내 이어 '가을데'가 될 수 있을까?

 

야구영화

이젠 야구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야구를 즐기기 위해 기지개를 켤 시간이다. 시범경기는 앞서 말한 요소들 때문에 온전히 야구 고유의 매력을 느끼고 즐기기 힘들다. 충족되지 않는 야구에 대한 갈망을 다른 방법으로 해갈해야 한다.

명실상부 야구 강국답게 우리나라에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여럿 있었다. 극과 연출이 한껏 몰입을 도와 야구에 대한 흥미를 살려줄 아래 야구영화들을 다시 감상해보자.

 

이장호의 외인구단

▲ (사진: 네이버 영화, 판필름)
▲ (사진: 네이버 영화, 판필름)

아마 대한민국 야구영화의 시초 격 아닐까? 야구라는 종목에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 데 모여 감동적인 드라마를 쓴다는 것, 1980년대 드물었던 스포츠 영화에서는 획기적인 출연이었다. 소위, 잘 융합되지 않을 것 같은 개인들이 모인 무리를 볼 때 외인구단이란 단어를 붙인다. 외인구단이란 단어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야구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보면 된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 (사진: 네이버 영화, 명필름)
▲ (사진: 네이버 영화, 명필름)

물론 선수들이 주축이 돼돼서 야구가 진행된다. 하지만 선수들만 있어서 야구경기가 치러질 수 있을까? 스포츠라 함은 반드시 규칙이 있어야 하고 그 규칙을 엄중하게 집행할 심판이 필요하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주인공 김범수의 직업은 야구심판이다. 김범수를 잘 따라가면, 야구심판은 어떤 훈련과 교육을 받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그리고 경기 중에 어떤 에피소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김범수는 상대역 극 중 연예계 스타 유하린과 순수한 사랑을 써가기에 스포츠 이외의 로맨스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슈퍼스타 감사용

▲ (사진: 네이버 영화, 싸이더스, CJ엔터테인먼트)
▲ (사진: 네이버 영화, 싸이더스, CJ엔터테인먼트)

물론 이기면 기분이 좋고 승자의 역사가 작품의 주 대상이 된다. 주 대상일 뿐 패배의 역사도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KBO는 82년 출범했다. 그 해 단 1승으로 거두고 당대 최고의 스타 OB 베어스 박철순과 선발 대결을 펼친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야구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대하는지, 투수의 고독함이 얼마나 깊은지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공감해보자.

 

스카우트

▲ (사진: 네이버 영화, 두루미 필름, CJ엔터테인먼트)
▲ (사진: 네이버 영화, 두루미 필름, CJ엔터테인먼트)

다시 한 번 선수 이외의 삶을 다룬 야구영화를 감상해볼까? 선수들이 팀에 소속되고 공을 던지려면 구단의 눈에 들어와야 하고, 그 구단의 눈을 담당하는 직책을 가진 자들이 스카우터다. 대학교나 고등학교에 직접 가서 유망주들을 선별해야 한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이후로 임창정은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을 스카우팅 해야 하는 호창 역으로 야구영화를 다시 만났다. 스카우트라는 이색적인 야구 직업의 이해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의 그 날을 간접적으로 효과적으로 배치해 진한 울림을 준 야구영화 '스카우트'다.

 

퍼펙트 게임

▲ (사진: 네이버 영화, 동아수출공사, 다세포클럽, 밀리언스토리, 롯데엔터테인먼트)
▲ (사진: 네이버 영화, 동아수출공사, 다세포클럽, 밀리언스토리, 롯데엔터테인먼트)

감히 가장 야구다운 영화라 칭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들이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을 담은 '퍼펙트 게임'은 야구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야구영화다. 균일하게 배분된 양극단이 영화를 다잡는다. 최동원과 선동열, 영남과 호남, 롯데와 해태, 연세대와 고려대까지 여러 양극단들이 한 번의 경기에서 폭발해 야구의 매력을 진득하게 발산한다. 배우와 실존인물의 싱크로율, 야구만이 선보이는 박진감, 주변 인물에서도 피어나는 드라마까지 '퍼펙트 게임'은 야구가 담을 수 있는 최대치을 담은 영화다.

 

 

바야흐로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누차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봄은 야구의 시작이다. 부정할 수 없이 우리나라 제1의 프로스포츠 산업 종목은 야구다. 그런 야구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것이다. 매년 야구는 고유의 드라마를 써오면서 야구팬들에게 여러 감정을 선사했다.

정규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인 지금, 실제로는 시범경기로 선수들의 올해 활약상을 가늠해보고, 창작물로는 야구영화로 다시 야구를 즐겨 비로소 야구시즌이 도래했음을 체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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